지난 15일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되면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다시 환기됐다. 그만큼 미세먼지 저감 수단으로 전기차의 보급도 주목받고 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09년 전기차 보급 정책이 처음 마련될 때 초점은 전기차 산업 육성에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가 부상하면서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전기차 보급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오는 2030년 전기차 100만대 보급 목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서 역산돼 도출됐다. 2016년 중국발 미세먼지가 논란이 되자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에는 전기차가 미세먼지 저감 수단으로 등재됐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정부는 올해 기준 ‘1,200만원(국비)±α(지방비)’의 구매보조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차 판매의무제도, 친환경차 협력금제도, 심지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치까지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보급 정책은 전기차가 온실가스나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배출 차량’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현행 보급 정책의 법적 근거인 ‘대기환경보전법’ 제58조 제3항 제1호에서는 전기차를 제1종 저공해자동차, 즉 무배출 차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 전문가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2016년 발전량 기준 45.4%를 석탄발전에 의지하고 있는 전원 구성을 고려할 때 전기차 충전용 전기 발전 과정의 간접 배출은 무시해도 될까. 탈(脫)석탄 기조가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 기본 계획’ 내 2030년 석탄발전량의 목표 비중도 36.1%로 줄인다고 줄여도 제1의 발전원이다. 더구나 전기차도 자동차인데 브레이크 패드나 타이어 마모로 발생하는 비산 먼지는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서울대의 공동연구 결과 연료산지에서 바퀴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53%, 미세먼지(PM10)는 심지어 92.7%에 달한다. 백번 양보해도 전기차가 무배출 차량이라는 믿음은 환상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잘못이 없다. 자율주행차의 등장 등 정보통신기술(ICT) 전자기기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기차 산업의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그동안의 전기차 보급 정책에 있다. 석탄 중심의 전원 구성으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대규모로 양산하는 중국도 전기차 산업 육성에 혈안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부르지 않는다. 신에너지차(NEV), 즉 에너지 신산업으로 보고 육성하고 있음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