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질임금 수준이 주요 선진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2000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연공서열이나 종신 고용 등 ‘일본 주식회사’의 오랜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임금 결정 방법이 (기업이나 노동자 양쪽에)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결과를 보면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임금(각국 화폐 기준)은 G7 가운데 일본만 2000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본 노동생산성은 9% 높아졌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2%에 머물렀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인건비가 오르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임금 인상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손 부족과 경제의 디지털화가 이 구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열홀딩스 기쿠치 다다오 회장은 “생산성 향상 성과를 임금으로 환원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업생존 여부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제조업에서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만드는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경쟁하는 단계에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인사컨설팅 기업 미국 머서(Mercer)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급여나 보수는 부장·이사 등 간부급에서 아시아 각국에 뒤처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은 젊은 사원에게도 일본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후지쓰종합연구소 하야카와 히데오 펠로우는 “일본의 노사는 업무의 스킬만이 아니고 ‘고용 보증’을 중시해 왔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구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노동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을 후원하려고 한다. 시간만 아니고 성과에 대해 임금을 주는 ‘탈시간급제도’ 정비는 관련 법안 심의가 연기됐지만, 이날 시작된 정기국회서 논의될 전망이다.
일본 상장사들이 3월에 끝나는 2017회계연도에 2년째 사상 최고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금 인상의 향배를 가를 게이단렌과 렌고의 노사포럼이 22일 열리며 올 노사교섭(춘투)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3% 임금 인상이 화두인 이번 춘투에서 기업과 노조가 발상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