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을 마지막으로 공정위를 떠났다가 지난 18일 2년 만에 친정에 돌아온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재직 시절 유통업계에서 ‘기업 저승사자’로 이름을 날렸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상품대금 감액을 강요하고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불공정관행을 막기 위해 2011년 만들어진 대규모유통업법이 그의 대표작이다. 백화점의 명품업체 판매수수료 실태조사를 압박 수단으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런 지 부위원장의 방식은 공정위의 대기업 조사에 대해 “그 자체가 공정경제를 확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는 김 위원장의 생각과도 맥이 닿는다. 지 부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22일 공정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 위반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시정조치를 시늉만 하는 기업은 앞으로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일찌감치 경고 발언을 날렸다.
진용을 갖춘 김 위원장은 일단 속도조절을 하면서 재계의 자발적 변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주주총회 시즌인 3월, 늦어도 상반기까지 재벌기업들이 자구안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4대 그룹을 향해 “연말까지 자발적인 변화를 보여달라”고 수차례 촉구했던 김 위원장이 ‘데드라인’을 늘린 셈이다.
그렇다고 기업들로서는 안심하기 어렵다. 롯데·효성·태광·대림그룹 등이 이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데다 잠잠했던 현대차그룹도 최근 주주 친화 정책을 내면서 의지를 보였지만 김 위원장의 눈에는 아직 ‘시발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소장으로 있었던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이와 관련, “순환출자와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감감무소식”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은 김 위원장이 직접 순환출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유일한 재벌그룹이기도 하다.
하반기부터는 김 위원장의 공정위를 필두로 법무부·금융위 등 정부가 총출동해 재벌개혁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첫손에 꼽히는 과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규제 대상 지분율 기준(상장기업 기준)을 현행 30% 이상에서 20%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