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았던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이 불명예를 안고 선수생활을 정리해야 할 위기를 맞았다.
23일(한국시간) 러시아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안이 다른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허용선수 명단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에 빅토르 안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며 그동안 도핑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는 그이기에 전 세계 빙상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다.
IOC는 아직 이에 관해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실제로 빅토르 안에게 도핑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구제도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평창 대회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빙상연맹은 모스크바 훈련에 참가한 빅토르 안이 장비 점검 도중에 관련 보도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를 접한 빅토르 안은 아직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RT방송은 밝혔다. 다만 빅토르 안과 함께 명단에서 제외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는 “아무도 금지된 약물의 도움으로 기록을 향상하려고 한 적이 없다”며 자신과 빅토르 안의 도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두 차례나 올림픽 3관왕에 오르며 6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빅토르 안이지만 선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15세 때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1,000m 결승에 진출해 미국의 안톤 오노 등과 뒤엉켜 넘어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한국 쇼트트랙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2004 토리노올림픽에서는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 올림픽 전 종목 시상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 수술대에 오른 뒤 복귀했으나 2010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까지 겹쳤다. 결국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그는 2014 소치올림픽 3관왕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해 말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불허하기로 한 IOC의 결정으로 출전 길이 막힐 뻔했던 그는 러시아의 개인 자격 출전 허용 덕분에 평창에서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