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민의 관점에서 가치와 환경 등 여러 가지 ‘스토리’를 브랜드로 만들어 그에 맞는 가치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바른 먹거리를 알려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농어가 친화적인 옴니채널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4년부터 선보인 온라인 프리미엄 식료품점 ‘식탁이 있는 삶’의 김재훈(사진) 대표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처음 작물의 생산 단계부터 가치를 좀 더 높일 방법을 현장의 농어민과 함께 고민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경쟁 업체들이 정보기술(IT) 혹은 유통업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자칫 생산 현장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스토리다. 식탁이 있는 삶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품마다 자세한 상품 소개와 홍보물이 붙어 있다. 작물의 특징과 재배 과정은 물론 배송 방법, 맛있게 먹는 레시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매물도에서 나는 방풍나물의 판매를 준비할 때는 한 달 동안 현지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스토리를 꾸미고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스토리를 갖고 콘텐츠를 만들어 제품을 팔았더니 소비자들이 다소 높은 가격에도 매우 맛있어했다”며 “가치에 맞는 가격에 팔았더니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 여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가 종자 관리부터 신경 쓴 초당옥수수는 사업 초기 식탁이 있는 삶이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이다. 해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왔으며 오는 5월에는 진공 레토르트 포장으로도 나온다.
식탁이 있는 삶은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11번가 등의 오픈마켓과 GS숍·SSG닷컴 등 온라인몰에서도 일부 제품을 판매하지만 대부분은 자체 홈페이지에서만 판다. 회원 수는 3만명. 많은 수는 아니지만 회원 1인당 실제 구매 비율은 높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마케팅 활동 대신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쓴 결과 여기에 동의하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독점 공급하는 농작물도 히트 상품인 초당옥수수를 비롯해 60여개에 이른다. 이를 위해 농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만만치 않은 공을 들였다. 김 대표는 초기에 전국 수천㎞를 돌아다니며 농어민들을 만나 판매를 모색하느라 힘들었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식탁이 있는 삶의 명성을 듣고 직접 거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재배되는 오렌지인 제주산 ‘클레멘타인 오렌지’가 대표적인 예다. 오렌지를 재배하는 농민이 굴지의 대기업 온라인몰과 대표적 오픈마켓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식탁이 있는 삶에 먼저 연락해 판매가 성사됐다.
창업 3년 만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김 대표의 갈 길은 아직 멀다. 프리미엄 식품 마켓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강조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일본식 식료품점같이 가까운 거리에서 반찬거리도 살 수 있는 옴니채널을 꿈꾼다. 이미 올해 개점을 목표로 수도권 2~3곳에 오프라인 매장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참이다. 그는 “농어민들이 세련된 농어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대에 식탁이 있는 삶이 좋은 농산물을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좋은 생산자도 늘지 않겠나”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