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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 30돌… 동토서 '코리안루트' 뚫는다

2014년 장보고기지 포함 세계 10번째 상주기지 2개 운영

청정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지역 세계 최초 발견

제3기지 추진… 세계 최초 지하 2,500m 빙저호도 탐사

남극 세종기지 전경. /사진제공=극지연구소남극 세종기지 전경. /사진제공=극지연구소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2014년 테라노바만 인근 장보고 기지 설립으로 우리나라는 남극에 2개의 상주기지를 둔 세계 10번째 국가가 됐다. 정부는 그간 닦은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 남극점에 이르는 내륙진출로인 ‘코리안루트’를 개발하고 남극대륙 2,500m 깊이에 형성된 ‘빙저호’를 세계 최초로 탐사하는 등 연구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기지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심재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오른쪽 첫번째)이 24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기지에서 열린 30주년 기념행사 이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극 세종기지=강광우기자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오른쪽 첫번째)이 24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기지에서 열린 30주년 기념행사 이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극 세종기지=강광우기자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 역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수산진흥원에서 1978년 남빙양(남극해)에서 크릴 시험 어획과 해양조사를 하면서 남극에 첫발을 내 디뎠다.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 주도로 구성된 ‘한국남극관측탐험단’이 최초로 남극관측탐험에 성공했고, 남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1986년 33번째 국가로 남극의 평화적 목적 사용 등을 골자로 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이후 정부는 1988년 2월 17일 세종기지를 건립한 데 이어 이듬해 세계에서 23번째로 남극조약 가입국 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를 획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종기지와 2014년 설립한 장보고과학기지까지 총 2개의 상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건립 초기 13명의 적은 인원으로 개소했던 세종기지는 30년간 월동연구대원 450여 명과 3,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거쳐 가면서 남극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남극 진출 후발 주자에서 30년 만에 세계 10위권 연구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2003년 12월 세종기지 제17차 월동연구대원들이 조난된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강풍으로 인해 고무보트가 전복되어 전재규 대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기지 인프라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후 극지연구소(한국해양연구원 부설) 설립 및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하는 등 연구기반 확대가 추진됐다.

세종기지에 세워진 고(故) 전재규 제17차 월동연구대원 흉상. /사진제공=극지연구소세종기지에 세워진 고(故) 전재규 제17차 월동연구대원 흉상. /사진제공=극지연구소


30년간 대표 연구 성과로는 세계 최초로 미래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가스하이드레이트’ 대량 매장 지역을 발견한 것이 꼽힌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 내에 가스(주로 메탄) 분자가 들어가서 만들어진 얼음 형태의 물질로, 겉모양은 얼음과 같지만 불을 붙이면 메탄이 타면서 강한 불꽃을 만들어 ‘불타는 얼음’으로 불린다.


또 기존 물질보다 항산화 활성능력이 뛰어난 노화방지 물질 ‘라말린’을 발견해 이를 활용한 화장품이 개발·판매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세종기지 2㎞ 떨어진 곳에 있는 펭귄 서식지가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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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과 남극 반도 해역은 지난 수십 년간 온난화로 인한 해빙 등이 급속히 진행되어 온 지역으로, 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중요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세종기지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정규 기상관측소로 지정돼 하루 4회의 기상정보(기온·풍속 등)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기상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 기후변화 지표를 관측하는 지구대기감시(Global Atmospheric Watch) 관측소로도 지정됐다.

제24차 월동연구대가 파견됐던 2010년, 인근의 서식지의 펭귄이 세종기지를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극지연구소제24차 월동연구대가 파견됐던 2010년, 인근의 서식지의 펭귄이 세종기지를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극지연구소


해수부는 지난 30년간 갖춘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극지 연구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선 작년 4월 수립한 ‘제3차 남극연구활동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제2의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빙저호 탐사에도 착수한다. 빙저호는 빙하 하단이 녹아 형성된 호수로, 새로운 생명체를 탐색할 수 있는 미개척 연구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남극에서는 현재 국제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자원 개발이 금지되고 과학 연구만 가능하지만, 이후 개발·활용이 진행되면 남극 자원의 잠재적 가치가 상당할 전망이다.

해수부는 남극 연안을 벗어나 남극 대륙 더 깊숙한 곳으로 진출하기 위해 장보고기지를 기점으로 남극점에 이르는 독자적 내륙진출로인 ‘코리안루트’(K-루트)도 개발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종기지, 장보고기지에 이은 제3기지 건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 예측과 생태계 연구, 미래 자원 개발을 위해서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극지인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며 “세종기지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세종기지의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이날 세종기지 준공 30주년을 기념해 월동연구대 물품·사진·영상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남극에 묻었다. 타임캡슐은 세종과학기지준공 100주년이 되는 2088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남극 세종기지=강광우기자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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