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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의 미래세상-산업·생활 빅뱅 자율주행차] 택시·대리기사 역할 감소...교통체증 줄어 공기 질 개선

자율주행차 개념도 /사진제공=SK블로그자율주행차 개념도 /사진제공=SK블로그




지난 2002년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의 팀장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장면에서 자동차는 스스로 도로를 질주하며 추격자를 따돌린다. 당시 영화에서는 2054년을 가정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오는 2020년부터 레벨3 단계의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분류법(레벨0~4)에 따르면 레벨3은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탑승자의 제어가 필요하다. 2025년 정도면 레벨4 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도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를 위해 GM·포드·BMW·폭스바겐·도요타·닛산·볼보·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인텔·엔비디아·구글·애플·테슬라·우버·바이두·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5년 북미와 유럽·아시아 시장에서 자율주행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75%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센서(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와 카메라, GPS 센서 등을 장착하고 인공위성과 인터넷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나 위협 요소도 판단해 예측 주행도 할 수 있다. 라이다 센서는 빛을 보낸 뒤 반사돼 들어오는 신호를 계산해 물체 형태를 3차원으로 인식, 초당 수천 개의 레이다를 발사해 정밀지도를 10㎝ 이내 오차까지 파악한다. 색깔이나 어떤 형태의 물체인지는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CES 2018’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차가 부분적으로 제한적인 조건에서 레벨3 정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레벨4 기술을 스마트시티에서 구현한 뒤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단계 /사진제공=자동차부품연구원자율주행차 단계 /사진제공=자동차부품연구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치게 된다. 우선 공유차량 1대가 개인차량 15대와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돼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자동차사와 부품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자율주행차가 우버와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로 이어져 택시기사·버스기사·대리기사·교통경찰·자동차정비업소·운전면허학원·주차장·세차장 등의 역할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졸음·음주운전이나 부주의에 따른 교통사고도 급감해 보험시장도 대폭 축소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인간이 운전하는 게 불법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와 결합하면 주유소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다만 고속철도·고속버스·장거리항공 등은 직격탄에서 한 발짝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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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율주행차 확산으로 도로교통 체증이 감소해 도심 공기 질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퇴근 시간에 자율주행차에서 업무도 보고 영화·드라마·게임 등도 즐길 수 있어 교외로 나가려는 수요도 늘어난다. 운전능력이 없는 노약자·어린이·장애인 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율주행 선박·전철·오토바이 등으로도 확산된다. 신분당선의 경우 기관사 면허가 있는 안전요원이 객실을 순회하지만 종합관제센터에서 원격 관리로 전철을 운영하고 있다.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버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테러리스트가 해킹해 차 사고와 도시 교통망을 마비시키려 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 급발진 피해도 간간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자율주행차의 오작동 우려는 큰 숙제다. 보안 문제 외에도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5세대(5G) 이동통신, 첨단지도, 자율주행데이터센터, 스마트도로 등 기반시설도 갖춰야 한다. 라이다 센서가 현재의 과속단속카메라 기능을 방해하는 문제도 손봐야 하고 교통체계도 바꿔야 한다. 안전·평가·인증기준과 보험제도, 자율주행차의 윤리 문제 등 법·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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