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재초환 이대로 밀어붙이면 강남은 '상위1%만 사는 城' 될 것"

■ 위헌소송 청구인단 모집 나선 김종규 변호사 인터뷰

"수십년째 집 1채 가진 '강남 소시민' 稅폭탄 감당 못해

개인 담세능력 고려없이 일괄부과하면 조세원칙 무너져

우선 걷었다가 집값 떨어지면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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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억대의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내기가 벅찬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과이익이라는 이유로 4억4,000만원(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강남권 초과이익환수 평균금액)을 더 내라고 하면 30~40년씩 집 1채만 가지고 있던 ‘강남 소시민’들은 어떻게 됩니까. 그들한테 다른 곳으로 가라는 것 아닙니까. 지금 상위 10%가 강남 아파트에 산다고 가정하면 앞으로는 상위 1%밖에 살 수 없는 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제도입니다. 제도의 도입 취지를 떠나서 적어도 지금의 형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재초환)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 환수금이 최고 8억4,000만원까지 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면서 공방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에 강남권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위헌 소송을 검토하는 가운데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사법연수원 36기·사진) 변호사가 청구인단을 모집해 오는 2월 말 위헌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재초환이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흔들 수 있는 문제라고 줄곧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979년 은마아파트가 만들어질 때부터 살게 된 A씨가 있다. 재산을 축적한 것도 없이 그 집에서만 40년을 살았다. 그런데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부담이 큰데 여기에 4억원을 더 환수한다고 하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겠나. 국가가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차익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세금을 걷는 이른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논란과도 이어진다. 집을 팔지 않아 명확한 이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세금 납부를 명하는 게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1994년 헌법재판소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이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당시 헌재 결정문에도 세금 낼 능력에 맞는 선에서 합헌이라는 것”이라면서 “A씨와 같이 수억원을 더 낼 능력 없는 사람에게도 더 내라고 한다면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개인의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기본원칙을 깨뜨려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린다는 게 그의 논리다. 김 변호사는 “재건축 부담금을 우선 걷었다가 추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는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돌려주는 규정은 없다”면서 “미실현 이익이라는 게 그래서 웃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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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도입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많다. 특히 재초환을 둘러싼 찬반 구도가 ‘강남 부자 대 다수 서민’이라는 대립각의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섣부르게 반대를 주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며 전면에서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된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와 같이 도입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에서는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재초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과도한 선행학습 등을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지만 현실에서는 사교육 수요를 늘리고 이에 따라 형편이 어려운 아동이 더 외진 곳으로 밀려나는 등의 반작용이 적지 않은데 재초환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재초환이 지금 그대로 적용되면 고액의 환수금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 강남 아파트에 입성할 수 있게 된다”면서 “강남 ‘그들만의 리그’를 국가가 나서서 만들어주게 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재초환 논란에서는 ‘형평성’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김 변호사는 “집값이 올라서 웃돈을 주고 매입한 사람과 그걸 받고 매도한 사람이 있다. 이 중 매입한 사람은 사들인 가격에서 더 올라야 이득”이라면서 “현행법은 그 이전(추진위 승인) 시점부터 기준으로 계산해 문제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 35조에서 국가는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했다”면서 “그런데 왜 개인에게 재건축 환수금을 걷어 주택도시기금을 마련하는 등 국가의 의무를 떠 넘기나”라고 반문했다.

재초환 헌법 소송은 앞서 두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제기된 건은 ‘각하’됐고 나머지는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변호사는 “당시 헌재에서 각하 결정을 받은 것은 위헌성 여부가 제대로 검토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제대로 심판받아 이 법이 변화되고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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