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진리는 존재하는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

<66> 늘 통하는 공식은 없다

조롱·부정 이겨낸 참신한 아이디어

'당연한 것'되면 빛 잃고 진부해져

성공의 덫 경계하는 자세 가져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진리는 존재한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다. 현실이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그래야 한다는 당위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진실이고 내가 잘되는 것이 정의라는 말이 아닐까. 모든 사안에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내가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방이 주장하는 바는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양쪽의 이야기를 다 잘 들어봐야 한다. 가장 현명한 태도는 역시 황희 정승이 한 것처럼 “그래 네 말이 옳다”고 둘 다에게 해주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쌍방이 다 듣는 곳에서 그런 식으로 하면 쌍방으로부터 다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쯤은 각오해야 하지만.

2915A27  철학경영


진리는 존재하는가. 참으로 심오한 질문이다. “정치는 이미지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이다. 그래서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이미지에 목숨을 걸고 광고와 홍보에 열을 올린다. 진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미지라면 가장 좋은 이미지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가장 진실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다름 아닌 진실에 기초한 이미지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직업이다. 최고의 연기는 과장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덤덤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배우들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전달해 자신의 역할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미지는 진실이다.


진리는 과연 존재할까. 모든 진실은 세상에 드러나기 전 3단계를 거친다. 진실과 진리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첫 번째 리액션은 조롱이다. “에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설마 그러려고” “어떻게 공기보다 몇십 배 몇백 배 무거운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 수 있지? 어떻게 물속에서 배가 다닐 수 있지?” 비행기와 잠수함을 개발할 때 하던 말이다.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고? 아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고? 근데 난 왜 안 어지럽지.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대꾸할 맛이 나지.” 이런 반응은 곧 부정으로 치닫는다. “지금부터 계속 헛소리를 하는 자들은 화형에 처하겠다” “모든 책을 다 불태워버려라” 사람들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양심에 반하는 자백을 강요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3단계에 가면 조롱거리가 된 그 주장들은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베르누이의 법칙을 이해하면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4계절과 낮과 밤이 존재하는 것은 지동설이 진리이기 때문이라는 건 이제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진리 3단계는 독일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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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칭기즈칸이 그 넓은 영토를 그렇게 단시간에 정복할 수 있었던 데는 말이라는 당시의 최신 병기가 있었다. 그 속도는 가히 전설적이었다. 현대에 아돌프 히틀러가 속도전, 즉 블리츠크리크의 대가가 된 것은 탱크라는 무기 때문이었다. 처음 탱크가 개발됐을 때 시니어 장군들은 그것을 전투에 활용하는 것에 다 반대했다. 보병 장군들은 탱크가 병사들의 고막에 이상을 일으킬 정도로 소음이 심한 것을 지적했다. 포병 장군들은 기존의 고정식 대포가 훨씬 위력 있고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가 쇼펜하우어 1단계다. 시니어 장군들은 탱크 도입을 주장하는 주니어 장군들을 변방으로 인사 조치하려고 했다. 이것을 히틀러가 끝까지 막아준다. 제일 먼저 폴란드 침공에 탱크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다 반대다. 이게 2단계다. 그러나 반대를 무릅쓰고 탱크를 투입했더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프랑스를 어떤 식으로 침공할지 물었을 때 다들 이구동성으로 탱크가 답이라고 말한다. 마지노선을 치고 있는 프랑스를 공격하는 최상의 방법은 블리츠크리크가 아니라고 말하는 장군은 없다. 속도전의 핵심은 “적의 주력부대와 맞짱 뜨지 말라”이다. 맞짱 뜨려고 마음먹으면 절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냥 피하는 것이 최상이다. 독일이 마지노선을 뚫은 것이 아니라 탱크의 기동력으로 우회해 파리로 진격하자 적의 헤드쿼터는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러시아에 탱크로 진격하는 것은 만장일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참패였다. 만장일치는 무효다.

조직에서 회의할 때 참신한 아이디어는 대개 조롱거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세력을 얻으면 그 순간부터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그러고는 결국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성공의 덫에 빠지고 만다. 리더는 진리를 찾는 구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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