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明鏡止水] 신과 함께

월호스님 조계종 행불선원 선원장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괴로움에 파묻힌 삶 무의미해

궁극적 행복 충만한 인생 살아

찌꺼기 없이 완전연소 할 수 있길

월호스님월호스님




근래에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다. 필자 또한 내용이 궁금해 영화도 보고 본래의 웹툰도 찾아보게 됐다. 사람이 죽게 되면 49일간 명부를 떠돌며 일곱 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는 ‘불설수생경’의 말씀을 근거로 재미있게 엮어낸 스토리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해 경전상의 내용과 다른 점도 많지만 어쨌든 부제에 나타나듯이 생전의 죄와 벌을 묻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통한다. 영화를 보고 난 많은 사람이 단지 재미를 느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좀 더 착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각성한다면 의미도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삼세인과를 설한다. 과거세·현재세·미래세는 서로 얽혀 있다. 과거의 ‘인(因)’이 현재의 ‘연(緣)’이 되고 현재의 인이 미래의 연이 된다. 인은 주관적 요인이요 연은 객관적 요인이다. 이른바 인과설의 핵심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하는 것이다.

인과에는 오차가 없다. 다만 시차가 있을 뿐! 그러므로 선악에 대한 과보는 금생에 받기도 하고 내생에 받을 수도 있으며 금생과 내생에 걸쳐 받기도 한다. 선행을 하는 이는 삼선도에 태어나고 악행을 하는 이는 삼악도에 태어난다. 삼선도는 천상·인간·수라를 말한다. 삼악도는 지옥·아귀·축생을 말한다. 지옥에 여러 가지가 있는 것처럼 천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2915A27  철학경영


예컨대 인간의 백 년은 도리천의 하루다. 천상의 수명을 인간의 수명으로 환산하면 3,600만년이 된다. 그러므로 도리천 천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토록 짧은 세월을 살면서 우리는 결코 늙어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경전에 다음과 같은 예화가 있다.

도리천의 천신이 꽃을 따던 천녀에게 물었다.

“아침부터 보이지 않던데 어디 갔다 온 거요?”

“네, 여기서 죽어 잠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 애까지 낳고 살다가 왔어요.”

“그래? 인간들은 어떻게 살고 있던가?”


“인간들은 마치 무한한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부주의하게 쾌락을 좇고 잠이나 자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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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백 년밖에 못 살면서 부주의하게 쾌락을 좇고 잠이나 자면서 허송세월한다면 언제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룰 것인가?”

죽음은 확실하고 삶은 불확실하다.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죽음, 죽음, 죽음…….

우리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이 확실하고 죽음이 불확실하다고…. 이렇게 뒤바뀐 생각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삶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이고 죽음은 필연코 찾아오는 확실한 것이다.

지금 행복해야 죽어서도 행복하다. 그런데 행복에도 종류가 있다. 일시적 행복과 궁극적 행복이다. 일시적 행복이란 돈이나 술, 마약, 혹은 신과 같은 외부의 도움에 힘입어 느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깨어나면 더욱 허탈해진다. 더구나 행복의 열쇠를 자기 자신이 쥐고 있지 못한 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

궁극적 행복이란 스스로 몸과 마음을 관찰하거나, 베푸는 마음을 연습해 느끼는 행복이다. 몸을 관찰하면 몸에 대한 애착이 점차 쉬어진다. 욕심을 관찰하고 화를 관찰하면 욕심과 화가 누그러진다. 이를 통해 내부에서 샘솟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관찰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또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면 스스로 충만함을 느끼고 즐거워진다. 무엇보다 행복의 열쇠를 자기 자신이 갖고 있음이 소중한 것이다.

궁극적 행복의 길은 아무도 대신해서 걸어줄 수 없다. 마치 아무도 대신 죽어줄 수 없는 것처럼. 다만 그 길을 걷도록 격려하고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당신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찰 때, 당신의 삶은 완전연소할 수 있다. 활활 타오르는 마른 볏짚처럼 어떤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떠나갈 수 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그 소중한 당신의 마음이 인생이라는 번뇌의 바닷속에서 더욱 아름다운 보석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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