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국가법령체계에서 자치법규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주민의 생활 속에서 자치법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법령의 중복이나 다른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베끼기식 입법은 지역 실정에 맞지 않거나 오히려 자치입법권을 저해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지방분권 확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신설하고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상위법령의 입법에서부터 시작된다. 법제처는 지방분권 강화 및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을 저해하는 법령 정비방안을 마련해 개별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정 전 법령에는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목표비율이 정해져 있으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하고 싶어도 상위법령에 위반되므로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법령의 개정을 통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사회장애인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지방자치권도 국가법령의 체계에 적합해야 한다. 조례는 법령우위 원칙에 따라 상위법령에 저촉될 수 없는데 실제 조례가 상위법령과 불일치하거나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 등의 사례가 많다.
법제처는 지난 3년간 조례 속 숨은 규제를 발굴하고 상위법령에의 위반 여부 등을 전수검토했고 올해는 조례 시행규칙에 대한 전수검토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자치법규 정비사업은 주민의 권리 침해 가능성이 큰 규제를 발견하고 획일적 규제나 과도한 규제를 완화·폐지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정비를 촉진하며 이러한 자치법규 정비사례를 공유하도록 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 시 해당 법령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데 법제처는 자치법규 관련 법리적 쟁점 등 지방자치단체의 의문에 대해 신속하게 의견을 회신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자치법제 협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처의 방향은 앞으로 지속돼야 하며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로서 정부로부터 배우고 현장의 상황을 전달해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법령체계 정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세영 법령정보관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