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들이 일본 해안에 표류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23일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들은 아키타현 해안으로 표류해온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어부 8명을 구조했고 지난해 11월27일에도 인근 해역에서 표류하던 목선에서 북한 어부들로 보이는 8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29일과 30일에는 홋카이도 남부 해안에 북한 배가 표류했고 지난해 11월30일에도 이시카와현 앞바다에서 순시선이 표류하던 북한 어선 두 척을 발견하고 21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북한 배가 일본에 표류한 것을 보면 지난 2013년에 80회, 2014년에 65회, 2015년 15회, 2016년 66회 등인데 최근에 와서 횟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만 27척이 일본에 표류했고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104척이 표류해 42명이 구조되고 43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2018년 1월10일에도 일본 중부의 가나자와시 해안으로 떠밀려온 목선에서 남성 시신 7구가 발견된 것을 보면 일본으로 표류하는 북한 어선의 행렬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조짐이다. 도대체 무엇이 북한 어민들을 죽음의 바다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북한은 “바다로부터 식량을 공급받고 수산업을 외화벌이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장의 확대, 수산의 과학화, 생산의 극대화를 추진해나간다”는 기본방향을 정하고 일찍부터 수산업을 장려했지만 사회주의 경제의 비효율성, 과도한 군비지출, 어족자원의 고갈 등으로 말처럼 되지 않았다. 북한의 어획량은 1980년대 중반 연 160만톤까지 늘어났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 침체와 어족자원의 고갈로 1960년대 수준으로 감소했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이래 어획량은 다시 늘어나 2012년 73만톤, 2014년 84만톤, 2015년 93만톤 등을 기록했는데 이는 유엔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평양정권이 고기잡이를 부쩍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획량 증가는 조만간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한반도 연안의 어족자원이 급속히 고갈되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 어업권을 팔아넘김에 따라 지금은 연 2,000척의 중국 어선들이 ‘씨 말리기’식의 쌍끌이 어로를 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1980년대부터 원양어업을 장려해 지금도 매년 300만톤이 넘는 어획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대형 어선들이 거의 없고 원양어업을 개척할 여력이 없어 여전히 연해어업에 크게 의존한다. 북한이 어선들을 전시 보조함정으로 간주해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동력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선을 대개 4만여척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동력선은 한국의 4분의1 수준인 2만5,000척 정도인 것으로 보이며 30톤에서 100톤 사이의 소형 어선이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평양 정권이 무리하게 할당량을 지시하고 어업활동을 다그치기 때문에 청진·함흥·원산 등에서 출항한 소형 어선들이 600~700㎞ 떨어진 대화퇴 어장까지 나가 어로작업을 하다가 기관고장 등 사고를 당하면 겨울철에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의 영향을 받아 일본 서부해안으로 표류하는 것이다.
일본에 표류하는 선박들의 대부분이 먼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기에는 무리인 10m 내외의 소형 목선이라는 사실은 북한의 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즉 어선의 노후화, 부품 부족, 국제제재로 인한 연료 부족 등이 북한 어민들을 죽음의 바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어선들의 표류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일본인들은 북한 공작선들이 일본인들을 납치했던 전력을 기억하면서 북한의 어선이 표류해오면 공작선이 아닌지를 의심하고 전염병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이 여전히 80여척의 잠수함을 가진 잠수함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잠수함들이 낡고 노후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숫자만 따진다면 최다 잠수함 보유국 중 하나다. 이렇듯 북한정권은 가중되는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고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돈과 시간을 퍼붓고 있다. 그러는 중에 북한 어민들은 어제도 오늘도 더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해 위험천만한 소형 목선을 타고 차디찬 죽음의 겨울 바다로 향하고 있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