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장차관 워크숍과 만찬 행사를 연다. 가상화폐, 유치원 영어교육, 부동산, 아동수당 등을 놓고 부처 간 엇박자가 계속되자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0일 오후 전 부처 장차관을 모아 워크숍을 연 후 만찬 행사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장차관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국무위원과의 만찬이 있었지만 주요 부처 장관만 참석했었다. 그만큼 전 부처가 하나 돼 움직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대책이나 영유아 영어교육 정책 등에서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마치 다 결정된 것처럼 튀어 나가 버렸다”며 “문 대통령은 장차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는 보건복지부의 아동수당 지급 문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하위 90%에게만 주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8일 후인 18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보고하며 “9월부터 소득 하위 90% 이하에 해당하는 0~5세 아동 238만 명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철회한 셈이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혼선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여론이 급속히 안 좋아지자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견을 드러냈다. 교육부도 어린이집·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철회했다.
춤추는 정책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정부를 질타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청원자는 “국민 생활 및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장관들이 연습용으로 발표하고 큰 혼란만 주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언제까지 국민이 정책 연습용이 돼야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고 한 누리꾼은 “정부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일갈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정책실장인지 경제부총리인지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정책조정 기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