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밀양화재]세종병원 환자들 "갈 요양병원 없어요"

밀양 요양병원 병상 부족에

30여명 병원 못찾아 발동동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도 심각

29일 밀양시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 세종요양병원에서 이송된 환자가 입원해 있다. /밀양=박우인기자29일 밀양시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 세종요양병원에서 이송된 환자가 입원해 있다. /밀양=박우인기자




“세종병원에 불이 나서 급하게 나왔는데 요양병원 병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밀양 화재 참사 사흘째인 29일 밀양시 G병원 앞. 세종요양병원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어머니를 일반병원에 입원시키고 나온 김병호(58)씨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장기입원을 해야 하는데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한 달에 65만원이면 되는데 일반병원은 병원비가 비싸 걱정이 많다”며 “요양병원 3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한 65세 이상의 노인은 건강보험적용을 받아 일반병원보다 싼 가격에 장기 입원할 수 있다.

세종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 94명이 한꺼번에 이송되면서 이들 가운데 30여명은 장기 입원할 요양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밀양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비율이 24.8%로 초고령사회(노인 20% 이상)에 들어선 상태라 이미 요양병원 과밀화 현상이 심각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밀양시 요양병원 5곳을 확인해 본 결과 단 1곳만 노인환자 입원이 가능했고 나머지는 모두 입원이 불가능했다.


실제 밀양시 G요양병원은 밀려드는 노인 환자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는 긴급 이송된 환자들의 명단이 붙어 있었고 병실에는 ‘세종’이라는 글과 함께 이름과 나이가 적힌 종이가 임시 병상에 붙어 있었다. G병원 관계자는 “세종병원 화재 이후 노인환자가 한꺼번에 몰려 병실에 추가 병상을 마련했다”면서 “이들을 간호할 요양보호사가 없어 세종병원으로부터 2명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종병원에 추가로 간호인력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인력이 보충되면 비어 있는 병상을 임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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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환자가 대거 몰리면서 이들 환자를 돌볼 요양보호사 등 간호인력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가 의무고용이 아니지만 요양원 기준 법적으로 요양보호사 1명이 관리하는 노인환자는 2.5명이다. 화재 참사로 노인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요양보호사 1명이 관리해야 할 노인환자 수도 늘었다. Y요양병원은 환자 199명을 요양보호사 16명이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H요양병원도 환자 160명을 요양보호사 20여명이 돌보고 있다.

심지어 요양보호사 수급이 어려워지자 일부 병원에는 세종요양병원에서 노인환자를 옮기다 부상을 당한 요양보호사를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세종요양병원에서 근무했던 요양보호사 김모(68)씨는 “병원에서 불이 났을 때 노인환자 십여 명을 옮기느라 허리와 다리를 삐끗했다”며 “나도 치료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밀양=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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