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민관학 이웃사촌, 10분 거리에 뭉쳐있어 "점심 먹으러 식당가며 나눈 대화도 자산"

■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 가보니

정부-학교-빅파마-스타트업

한 곳에 모여 기술교류 등 상생

"한국도 끈끈한 네트워킹 필요"

3015A17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 규모




#미국 메서추세츠공과대학(MIT)가 위치한 켄달스퀘어 주변은 노바티스, 화이자, 바이오젠, 다케다제약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R&D) 센터로 즐비하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는 이들 기업은 브로드연구소, 다나파버 암연구소 등의 유서 깊은 연구소, 하버드 의대, MIT에 포진해있는 일급 인재들과 끝없이 교류하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간다. 10여년 전만 해도 하버드와 MIT가 있는 ‘대학 도시’에 불과했던 보스턴이 현재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한 것이다.

#과거 철도기지와 낡은 공장들로 가득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션 베이’ 지역은 최근 UC샌프란시스코 바이오 분야 캠퍼스와 병원을 중심으로 제넨텍, 바이엘, 머크, 일루미나 등 다국적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자리잡은 신흥 연구지구로 탈바꿈했다. 이미 1,000여 곳 이상의 바이오스타트업이 터를 잡고 활약하며 샌프란시스코에 ‘바이오의 발상지’라는 명성을 안겨준 ‘제 2의 제넨텍’이 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성공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자리잡은 두 도시,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는 클러스터가 태동한 배경부터 분위기, 핵심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슷하기 보다는 다르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는 1970년대 문 연 전설적 바이오벤처 ‘제넨텍’의 성공을 토대로 자생적으로 조성됐으며 실리콘밸리를 키워온 혁신성과 눈밝은 벤처투자자들의 자금력이 결합해 뛰어난 벤처들이 대거 탄생했다. 반면 보스턴은 하버드 의대와 MIT라는 일류 학교의 인재들이 주축이 되고 주정부의 관심이 마중물이 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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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성공은 결국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역에 모여든 연구자나 기업들이 스스로 개방하고 자발적으로 융합한 끝에 ‘연구-개발-투자-상업화’에 이르는 바이오 전주기가 선순환하는 바이오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됐고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의 역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입주 외국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우수 스타트업에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야말로 민관학의 자발적인 협력이 이들을 바이오 중심지로 만든 것이다.

반대로 현재 한국에 조성된 클러스터 대다수는 중앙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탑다운’형으로 조성된 상황이다. 이른바 ‘추격형’으로 불리는 이 모델은 1980년대 제조업과 중화학산업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기도 했지만 창의성과 혁신성이 중요한 바이오산업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성 보스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점심 먹으러 가는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로도 산업에 대한 시각과 경험이 쌓인다”며 “한국도 민관학의 연계 아래 글로벌 네트워킹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비해 바이오 후발 주자인 우리로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 정책으로 산업의 토대를 일구는 K바이오 모델에 우선적으로 집중한 뒤 자율적인 모델로 커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구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략기획본부장은 “최근 주목받는 혁신 모델은 기존 제품을 개선하고 고도화하는 ‘존속적 혁신’이 아니라 차별화된 혁신 요소로 신시장이나 틈새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와해성(파괴적) 혁신’”이라며 “이런 시장에서는 빠른 속도감과 유연한 대응,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줄 수 있는 ‘K바이오’ 모델이 경쟁력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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