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독일차, 인간에도 '가스실험'했다

폭스바겐·다임러·BMW 등

독성물질 'NO2' 흡입 실험

메르켈 "비윤리적" 비판

정부 차원 조사 가능성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룸버그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룸버그




‘디젤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던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이번에는 ‘인간 가스 실험’ 논란에 휩싸였다. 디젤차 배기가스 성분인 이산화질소(NO2)를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물질 기준에서 제외하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정황이 파악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비판에 가세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독일 일간 슈투트가르트차이퉁은 폭스바겐·다임러·BMW가 자금을 지원한 ‘유럽 운송 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 지난 2012~2015년 25명을 대상으로 NO2 노출·흡입 실험을 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GT는 피실험자들에게 저농도의 NO2를 주 1회, 3시간씩 노출한 후 건강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2014년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도 유사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NO2가 WHO의 판단과 달리 암 유발과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환경보호청(EPA)은 NO2를 단기간 흡입해도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관련기사



해당 업체들은 EUGT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실험 내용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임러 측은 “연구방법에 충격을 받았으며 다임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으며 폭스바겐도 “자문위원회가 조사에 나설 것이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일간 빌트는 폭스바겐의 일부 고위급 직원이 실험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해 회사 차원에서 실험을 묵인·조장했는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정부 차원의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 총리실은 “원숭이나 사람을 상대로 한 이 같은 실험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제기되는 의문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 답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바라 핸드릭스 환경장관은 “(보도를 접하고) 역겨웠다”며 “자동차 업계와 연구기관은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변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