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산업현장, 숙련공이 사라진다]50대 장인들 나가면 중기 곧바로 '기술 공백'

30인 미만 업체 기술인력 부족률

4.7%로 500인 사업장의 10배

구조조정때 나온 대기업 숙련공

중기와 이어줄 정책 마련해야



경남에서 원전기기 부품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정우현(가명) 사장은 올해 초부터 심각한 숙련 인력난에 빠질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50대 중반의 김모 제관사가 시급을 8,000원 수준에서 1만원 선으로 올려달라고 하면서다. 근로자가 29명인 정씨의 공장에서 설계도면을 읽고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제관사는 김씨뿐이다. 김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16.4%·7,530원)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임금 수준이 같아지자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외국인 노동자 15명의 인건비와 4대 보험, 퇴직금 적립 비용만 인당 70만~80만원 늘었다. 여기에 김씨의 인건비를 올려줄 경우 다른 한국인 직원들의 인건비도 올려줄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면 월 250만~300만원가량을 가져간다”며 “영업이익률을 낮게 가져가는 대기업 하청업체의 특성상 국내 직원들도 인건비를 높게 올려주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왜 숙련 인력을 한 명 더 못 키웠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지역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을 배울 젊은 인력이 단절된 지 오래됐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한국사람들이 지방 공단까지 와서 일을 배우려 하지도 않고 힘든 일이면 금방 그만둔다”며 “기본급 외에 수당을 더 줘도 오래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이 단행되며 대기업 현장에서 숙련 인력이 자리를 잃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0인 미만 국내 중소기업(602곳)의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9.1%가 ‘적시에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생산·현장직(37%)’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도 같은 결과다. 기업들은 지난해 3·4분기 72만1,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구인했지만 채용인원은 63만6,000명에 그쳤다. 채우지 못한 미충원 인원이 8만5,000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제조업 미충원 인원만 2만9,000명에 달한다. 주된 이유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고(21.2%) △기피하는 업종(18.3%) 등이다. 사업장이 작을수록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5~299인이 일하는 제조업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3.2%인 데 반해 10~29인은 3.9%, 5~9인 사업장은 5.4%에 달했다. 대기업에 가까운 300인 이상 제조업의 인력 부족률은 0.5%에 불과했다. 이는 숙련된 근로자인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에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6년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500인 이상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0.4%인 데 반해 10~29인 사업장은 4.7%로 10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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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업장일수록 지방 산단에 있을 가능성이 크고 문화 등 인프라가 열악해 채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판교라인’이라는 말이 있다”며 “경기도 판교 아래로 내려오면 대기업이 아닌 이상 좋은 인력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가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이탈하는 숙련공을 중기와 이어줄 정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이 숙련공을 자르지 않고 중기로 가서 숙련기술 등을 전할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금은 대기업과 중기, 국가가 보조해주면 산업 인력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박해욱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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