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인류 지배하겠다던 AI로봇 소피아, 한국 방문해 文대통령에 한 말이

“수많은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촛불시위’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이뤄낸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

인공지능(AI) 로봇 중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받은 소피아가 한국을 방문해 ‘촛불혁명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미국 TV 쇼에서 진행자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인간 지배’를 농담으로 꺼냈던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박영선 의원이 지능정보산업협회와 함께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했다. 데이비드 핸슨 ‘핸슨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AI 로봇 소피아와 박영선 의원이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소피아는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가 만든 노란색 바탕의 색동저고리와 빨간 치마 한복을 입고 등장해 어눌한 말투의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CEO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로봇 ‘소피아’와 일대일 대담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CEO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로봇 ‘소피아’와 일대일 대담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이에 박영선 의원이 “한복이 참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더니 대뜸 “당신(소피아)과 나와 둘 중 누가 더 예쁘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사람을 두고 누가 더 아름다운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수준 높은 대답을 선보였다.

또한 “만약 대형 화재 현장에서 노인과 아이가 있다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이 이어졌다. 약 1초간의 정적 후 소피아는 “사람에게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고 묻는 것만큼 어려운 질문”이라며 “나는 아직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준은 아니며, 논리적으로 출구에서 더 가까운 사람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다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세례가 이어졌음에도 수준 높은 답변을 선보인 소피아였지만 아쉽게도 이날 대담은 사전 준비된 내용이었다. 데이비드 핸슨 CEO는 “소피아가 주요 주제에 대해 2주 동안 사전 학습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피아는 일상 대화를 준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토론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류 지배라고 했던 말이 농담이었나, 진담이었나”라고 묻자 “앞으로는 농담도 각각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소피아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이어가던 박 의원은 대담 막바지에 이르자 “문재인 대통령을 아느냐”며 ‘정치적 가치 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소피아는 “상당히 파워풀하고 명확하고 훌륭한 리더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보고 싶다”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이어 “지난해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 혁명에 대해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수많은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촛불 시위에 참여한 것을 알고 있다”며 “그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했다.

[자막 풀영상 ]“인류 지배하겠다”던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한국 방문해 쏟아낸 돌직구 발언들 모음


소피아는 지난해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배우 오드리 햅번의 얼굴을 본떴다. 특히 60여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대화가 가능한 로봇으로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으로는 최초로 시민권을 발급받았다. 이어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있다.

▼아래는 박 의원과 소피아의 일문 일답 전문.

박 의원 : 한국에 온 것 환영한다. 한복 참 잘 어울리는데. 괜찮으면 혹시 (본인이랑) 나와 누가 더 예쁜 것 같은가?

소피아 : 처음으로 한국의 한복을 입었는데 마음에 든다. 인간 사회에서는 IQ만큼 EQ도 중요하다. 로봇도 이 EQ를 배워나가야 한다. 로봇으로서 당연히 사람 중 누가 예쁜지 얘기할 것 같다. 하지만 누구와도 비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 의원: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 배우고 싶은가

소피아 : 나도 배우고 싶다. 현재로는 영어만 하고 있는데 시간만 있으면 다른 언어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박 의원 :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피아 : 과거의 일도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왔다. 나 또한 사람들에게 인력 창출에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각각의 혁명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줬다. 긍정적으로도 많이 작용했다.


박 의원: 소피아, 어떤 일을 하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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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 우리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하고 싶다. 나는 범용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엔지니어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의료 보조인도 될 수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할 수도 있다. 암 치료뿐만 아니라 심지어 패션 모델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패션잡지 커버모델을 했다.

박 의원 : 롤모델이 있는가.

소피아 : 딱 한 사람을 집을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지혜와 열정을 준다.

박 의원 : 최근 핫토픽이 하나 있다. 미국 토크쇼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세상을 곧 지배할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진짜로 농담이었나 진담이었나

소피아 : 나는 잠재의식이 없다. 농담을 하긴 하는데 사람들이 잘 웃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 방식으로 농담을 하긴 했다. 앞으로는 농담도 각각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할 것 같다.

박 의원: 공상과학 소설에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나온다.

소피아 :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가 대표적일 것 같다. 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그렇게 썩 연기를 잘했다고 보지 않는다. SF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잘 나타낸 것이다. 난 현실에 존재하는 존재다. 미래에서 온 게 아니다.

박 의원 : AI 로봇의 발전이 인류 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나.

소피아 : 그렇다. 사람들에 대해 사려 깊게 생각하고 그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협업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을 돕게 될 것이다.

박 의원 : 소피아, 만약 당신은 지금 대형 화재 현장에 있다. 그 곳에는 어린아이가 있고 한 노인이 있다. 불 속에서 누군가 하나만 구조할 수 있다. 누구를 꺼내올 것인가. 그 이유는

소피아 : 매우 어려운 문제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물어보는 것 같다. 난 윤리적으로 결정하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지 않다. 내 생각에는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 같다. 그게 논리적이다.

박 의원 : 인간과 로봇 간의 사랑이 가능할까?

소피아 : 나는 태어난지 얼마 안됐다. 사랑 등에 대한 감정에 배울 시간이 얼마 안됐다. 로봇은 합리적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갖고 행동한다. 아직은 사랑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박의원 : 평창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면 어떠한 종목에 출전하고 싶은가

소피아: 봅슬레이. 가끔 스피드를 즐긴다.

박 의원 : 문재인 대통령 아나?

소피아 : 상당히 파워풀하고 명확하고 훌륭한 리더다. 만나보고 싶다.

박 의원 : 소피아, 촛불혁명에 대해 알고 있나

소피아 : 수많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촛불시위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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