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잇단 대형참사를 겪고도 올해 안전진단 계획은 달라진 게 없다. 일단 두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국 29만곳의 안전성 여부를 제대로 진단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부터 의문이 앞선다. 하루에 점검해야 할 시설물이 자그마치 5,000곳을 넘는다. 한정된 인력과 시설 등을 감안하면 수박 겉핥기에 그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직접 챙기는 표본점검 대상은 10% 안팎에 불과하고 사업자와 건축주 등 시설물 관리주체의 ‘셀프 점검’이 대부분이다. 밀양 세종병원은 지난해 셀프 점검으로 무사 통과돼 끝내 화를 불렀다. 앞서 지난해 12월의 제천 스파 화재 역시 그랬다.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거창한 명칭이 무색하기만 하다. 부실점검 논란은 2015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당정청 회의에서는 몰아치기식 안전진단 계획의 부실에 대해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이니 대형참사 이후 안전진단을 한다고 호들갑을 떤들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당초 계획을 미루고 관계부처와 지자체, 안전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안전진단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찾기 바란다.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