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우리나라 수출이 연초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단정적인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1일 “올해 우리 수출환경 곳곳에 불안요소들이 있어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15.8% 증가한 5,73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출액은 2014년 실적(5,727억달러)을 회복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5∼2016년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2년 연속(-8%, -5.9%) 하락한 기저효과가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에 반영된 측면이 크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2%(2017년 기준)에 달하는 13대 주력 수출품목의 증감 상황을 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총 13개 수출품목 중 반도체와 컴퓨터 등 4개를 제외한 9개 품목은 2014년보다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가전(-40.5%), 석유제품(-31.4%) 등 9개 품목의 수출액 감소율은 17.2%에 달했다. 13개 품목 전체로도 2014년 대비 2.7% 줄었다.
지난해 수출 호조는 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인한 물량 증가보다 가격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경연이 수출금액 변동을 가격요인과 물량요인으로 각각 파악할 때 쓰이는 수출 물량지수와 수출 금액지수를 비교했다. 작년 3분기까지 분기별 물량지수의 증가 폭(6.6%, 2.8%, 9.4%)보다 금액지수의 증가 폭(17.2%, 12.6%, 18.9%)이 더 컸다. 이밖에 한경연은 연초부터 지속하는 원화강세와 고환율이 수출 증가세를 둔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 대상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으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완제품의 가격상승과 판매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우리 수출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적극 대응하고 기업들은 수출품목 다변화 등의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