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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18 평창겨울음악제] 클래식과 만난 국악, 놀보 심보도 녹이더라

개막 공연서 초연 '평창 흥보가'

첼로·피아노 더해 판소리 편곡

놀보·흥보 화해하는 내용 담아

화합의 올림픽 기원하며 마무리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명창 안숙선(오른쪽 두번째)과 첼리스트 정명화(왼쪽)가 ‘평창 흥보가’를 세계 초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명창 안숙선(오른쪽 두번째)과 첼리스트 정명화(왼쪽)가 ‘평창 흥보가’를 세계 초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판소리 명창 안숙선이 흥겨운 장단에 맞춰 “여기 오신 여러분들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평창올림픽 대박 나소~” 라고 한 소절 뽑아내자 약 11분 동안 숨죽인 채 무대를 지켜보던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안숙선과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태형, 장구 조용수는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음악제’ 개막공연에서 ‘평창 흥보가’를 세계 초연했다. ‘평창 흥보가’는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위촉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판소리 ‘흥보가’ 중 가장 대중들에게 친숙한 장면인 ‘박 타는 대목’을 편곡했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각 분야의 장인들이 이날 초연에서 함께 빚어낸 하모니는 ‘흥보가’ 특유의 해학과 활기찬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휘모리와 자진모리, 굿거리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변화무쌍한 장단은 객석을 시종일관 들썩이게 했다. 정명화가 현과 활이 미끄러지면서 나는 마찰음(글리산도)을 통해 박을 가르는 흥보의 톱질을 소리로 묘사할 때는 관객들의 신명도 절정에 달했다.


분위기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며 이야기 흐름에 감칠맛을 더해준 피아노와 장구도 썩 잘 어울렸다. ‘평창 흥보가’는 동생에게 심술만 부렸던 놀보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뒤 흥보와 함께 어울려 평창동계올림픽이 화합의 장으로 성공하길 기원하며 마무리됐다. 지금도 유럽 각지에서 사랑 받고 있는 관현악곡 ‘댄싱 아리랑’을 만든 임준희의 작품답게 ‘평창 흥보가’에도 클래식과 국악의 만남을 통해 우리 고유의 가락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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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8시부터 장장 3시간(인터미션 포함) 동안 이어진 개막 행사에는 ‘평창 흥보가’ 외에도 음악 애호가들이 놓치면 후회할 만한 공연이 가득했다.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인 ‘미켈란젤로 콰르텟’이 한국의 첼리스트 고봉인과 함께 슈베르트 현악 5중주를 연주한 무대는 특히 황홀했다. 쉴새 없이 교차하는 장조 화음과 단조 화음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으며 두 대의 첼로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포근하고 따스했다. 고봉인을 비롯해 미하엘라 마틴(제1 바이올린), 다니엘 아우스트리치(제2 바이올린), 노부코 이마이(비올라), 프란스 헬머슨(첼로) 등 각자가 모두 세계 일류의 솔로 연주자들임에도 화려한 개성을 뽐내기보다는 단정한 하모니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듯했다.

이밖에도 이날 공연에는 발레리나 김유미가 세계 초연한 ‘아이리스’와 ‘쉴 사이 없는 사랑’,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을 비롯해 첼리스트 문태국·얀 보글러, 미켈란젤로 콰르텟 등이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2악장도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2월16일까지 서울과 원주, 강릉, 춘천 등지를 오가며 열린다. 16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폐막 무대는 정경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지휘자 성시연과 현대음악 전문단체인 TIMF 앙상블이 함께 만드는 ‘협주곡의 밤’이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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