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현재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제출된 47개 기관의 참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4분기, 4·4분기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15개 기관투자가가 해가 바뀐 지금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거래소 산하 민간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무를 맡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A사, 벤처투자사인 B사와 C사는 참여계획서를 제출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사모(PE)·벤처투자(VC) 펀드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가산점까지 받았지만 도입을 미루고 있다. 당초 A사가 참여계획서에 적은 도입 시기는 올해 1월, B사와 C사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9월이었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산업은행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은 우대평점(가산점)으로 2점을 받는데 참여계획서만 제출해도 1점을 줬다”며 “보통 이런 심사에서 기관은 1점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다수 기관들이 서류제출 마감일 전에 무더기로 참여계획서를 제출했고 이 중 탈락한 일부 기관은 나중에 참여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고 했다.
연기금·정책금융의 민간 위탁운용사 선정 시 코드 도입 기관 우대는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천명하는 정부 정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경영실적 개선, 코스닥 활성화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능키’처럼 인식하고 제도 확산을 위한 ‘당근’만 마련해놓고 이행 점검은 제대로 하지 않아 이처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주체는 정부 기관인 금융위지만 실무는 민간 기관인 기업지배구조원에만 맡겨놓아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과 관련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사회적 경영 확산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의 경영권 간섭으로 엇나가고 있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