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저임금 한달] "최저임금 속도 조절" 소신 밝힌 어수봉, "사용자 편향적" 퇴진 요구하는 노동계

어 최저임금위원장 "산입범위 조정 없이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충격 커"

전원회의 논의 못한채 파행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세종=임지훈기자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세종=임지훈기자




31일 제2차 최저임금 제도개선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근로자위원들은 명패에 붉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아웃(OUT)’이라고 쓴 팻말을 붙이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노동계가 나가라는 대상은 다름 아닌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었다.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근로자위원)은 어 위원장이 사용자 측에 편향된 입장을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감장에서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나타낸 데 이어 수차례 언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해야 한다’는 등 사용자 편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아픔을 모르는 위원장은 자격이 없다. 위원장이 계속 회의를 진행하면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도 어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에 항의방문을 했을 때 위원장은 분명 이런 일이 재발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며 “노동계 위원들은 믿음과 신의가 다 깨진 위원장과 같이할 수 없다. 사퇴해달라”고 촉구했다.


공익위원인 김성호 위원이 어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공약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뒤에도 근로자 측의 항의는 계속됐다. 사용자위원은 위원장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걱정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라며 “이러면 겁나서 어디 얘기나 하겠나”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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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 전원회의는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도 못 한 채 해산됐다. 어 위원장은 조만간 본인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한 공익위원은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공익위원도 전원 물러나기로 했다”며 근로자위원의 위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어 위원장은 평소 자신의 입장은 27명의 위원 가운데 1명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전제로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 30일 이뤄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지 않은 채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게 되면 충격이 너무 크다”고 언급했다. 어 위원장은 “물가 인상, 비용 전가, 고용 감소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1·4분기가 지나 4월이 돼 이 같은 부작용의 실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물가·고용통계가 나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할 것인가, 그대로 가도 괜찮을 것인가 하는 상황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벌어질 상황이 제일 중요하다”며 “부작용이 크지 않고 경제사회가 좋은 의미로 버틸 수 있으면 공약대로 갈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 위원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조정, 근로장려세제의 확대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의 제도 개선을 하면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고정적인 정기상여금과 교통비·중식비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게 어 위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면 굳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의 보호 대상자는 어려운 근로자”라며 “저소득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으로든 또는 근로장려세제로든 총소득만 보장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예를 들어서도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면 한 달에 209만원”이라며 “월급이 209만원이 안 되면 근로장려세제로 부족한 부분만 메꿔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 결정 전망을 묻는 질문에 “4월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나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대답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쉬운 일이라면 지금 이 난리는 안 벌어졌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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