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자본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위험한 정책입니다. 무모한 추진은 말아야 합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1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에서 열린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단계와 미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노동시간 감축,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와 같이 자본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정책이 일본의 1990년대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책의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방향 전환을 가장 서둘러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과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해 그 효과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높여주고 소득 재분배를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지만 전 국민의 소득을 올려주는 제도와 틀은 낡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만 빠르게 올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경제구조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조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노동시장 경직성은 여전하고,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각종 정책이 더해져 기업 환경이 더 어려워지게 돼 결국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을 현실화해 역설적으로 산업 생산성은 증가시키지만 서비스산업 생산은 하락하는 양극화가 심화돼 경제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정책의 선진화가 성공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의 정책개입은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이 경제를 너무 가벼이 보고 깊은 생각 없이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도하지 않는 비용증가로 이어진다”며 “각 부처나 전문가집단에게 위임해 정책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소로 조 교수는 재정정책의 남발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로 볼 때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이 효과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매년 편성하는 추경은 효과가 크지 않아 국가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정부의 규제와 시장개입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규제혁파와 노동·교육의 개혁 없이 사회 안전망, 소득 재분배를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것은 오류가 크다”며 “이로 인해 한국 경제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침체로 추락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한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적인 합의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춘천=이현호·빈난새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