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결과 청계재단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이 대거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과 영포빌딩 간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근처 서초동 법조타운 한가운데 자리한 이 건물은 인근 여느 빌딩처럼 변호사 사무실이 여럿 입주해 있는 외관상 평범한 지상 5층짜리 빌딩이다. ‘영포’라는 이름은 이 전 대통령의 고향 지역인 영일만과 포항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 빌딩을 소유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2009년 자신이 설립한 청계재단에 소유권을 넘겼다.
재단 출연 당시 청와대는 영포빌딩과 그 외 서초동, 양재동 건물 등 총 3채의 건물 감정평가액이 395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계재단은 이 건물들의 임대료 수입을 기반으로 장학사업을 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재단 이사진이 이 전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져 ‘사회기부의 취지가 희석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재단 출연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법률사무소 외에 다스(DAS) 서울사무소가 2층 일부를 쓰고 있다. 건물 소유자인 청계재단은 이 건물 5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이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계기는 검찰이 지난달 세 차례나 이 건물을 압수수색 하면서부터다.
먼저 지난달 11일, 경주 다스 본사를 압수수색하던 서울동부지검의 다스 의혹 수사팀이 이 건물 다스 사무실과 청계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영포빌딩 지하2층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건물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스가 임차해 일종의 창고로 쓰고 있던 영포빌딩 지하 2층에서 이명박 정부 시기 청와대 문건이 대거 발견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이 공간을 개인 창고처럼 썼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왜 대통령기록물로 추정되는 문건을 유출해 개인 창고에 뒀는지, 왜 다스가 임차한 공간을 개인 창고처럼 썼는지 등이 의문점으로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영포빌딩 압수물 가운데 출처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상당 부분 있었다”며 “해당 문건들은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에도 이 건물 지하 2층에 수사관을 보내 다른 방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확보한 청와대 문건들이 향후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