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채용비리 의혹 놓고 금감원-KB·하나 '외나무다리 결투'

국민 "단계마다 블라인드 평가

시험 못봐도 면접 잘보면 합격"

하나도 "과정 적법…문제 없어"

은행 반발에 최흥식 "결과 정확"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권 특혜채용 의혹을 놓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례적으로 반박하고 곧바로 최흥식 금감원장이 “금감원 검사는 정확하다”고 맞서 정면충돌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고경영진의 연임을 반대해왔지만 두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에는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밀리는 쪽이 회복불능의 상처를 받을 수 있어 금감원과 국민·하나은행이 사생결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날 오전 11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은행의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금감원이 윤종규 KB금융 회장 누나 손녀(종손녀)의 특혜채용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힌 데 대한 사실상의 첫 대응이다. 이 자리에서 허 행장은 “서류접수와 필기시험·면접 등을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블라인드로 진행하고 (다른 은행처럼) 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와 필기·면접 점수를 누적해 최고 점수순으로 뽑는 다른 은행과 달리 국민은행은 필기를 잘 못 봐도 면접 점수가 높으면 채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윤 회장 종손녀가 지난 2015년 채용 과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으로 하위권이었지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최종 합격해 특혜채용 의혹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허 행장은 이에 “국민은행 (채용) 방식은 통섭형 인재를 뽑기 위한 취지로 매 단계마다 제로베이스로 치러진다”며 “색안경을 끼지 말고 (통섭형 인재를 뽑는 데)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행장은 “해당 지원자는 당시 5명을 뽑는 제주·호남 지역할당제로 지원했고 공동 2등을 기록했다”며 “정부의 권유에 따라 지역 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 활용한 지역할당제 케이스”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장은 이날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반발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금감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채용과정이 이상하다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고 보수적으로 보다 보면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 수사를 의뢰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입장대로 소명하고 (검찰이라는) 제3자가 클리어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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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함께 금감원 검사 결과 가장 많은 채용 비리 의혹이 나온 것으로 지목된 하나은행은 “채용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돼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다. 하나은행 측은 “(문제가 된) 글로벌 인재는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위한 면접점수 임의 조정 사실이나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대해 해당 은행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진실공방으로 흐르자 최 원장은 이날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결과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거듭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국민은행 서울 사당동지점에서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검사 결과는 정확하다”며 “금감원 검사역들이 여러 채용 비리 상황을 확인해 그 내용을 검찰에 보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사들이 금감원 검사 결과에 대해 반발하면서 자칫 ‘진실공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미리 ‘경고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날 KB국민·하나 등 시중 5개 은행에서 채용비리 22건을 발견해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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