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애플, 중국에서 재시동을 걸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애플이 주요 시장인 중국 매출이 감소하자, 스타 엔지니어 이사벨 게 마헤를 영입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 MOST POWERFUL WOMEN|세계 순위 12위 이 사벨 게 마헤 ISABEL GE MAHE 애플의 대중화(大中華)권 부사장 겸 대표


이사벨 게 마헤이사벨 게 마헤



이사벨 게 마헤 ISABEL GE MAHE는 원래 ‘식사’자리로 알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2008년 초,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하며 얘기나 나누자고 그녀를 초청했을 때였다. 그러나 그 날 초대는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진행한 작업의 한 부분이었다. 마헤는 당시 팜 사 Palm Inc.의 무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업부 부사장 직을 맡고 있었다. 이제 막 떠오르는 엔지니어로 주목 받던 마헤는 이직을 망설였다. 그녀는 “그때는 맨 바닥부터 시작해 회사에 무선 기술부서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고, 팜 브랜드를 다시 살리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마헤를 영입하려는 잡스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래서 잡스는 직접 마헤를 설득하기로 했다. 마헤는 애플의 공동 창립자와 대면한 후, 그의 뛰어난 ‘현실 감각’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잡스는 대화 내내 ‘식사’ 얘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음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마헤는 “당시 2시간 내내 물만 마셨다”며 “낚인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신 잡스는 그녀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새 일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마헤가 애플이 수 개월 전 출시한 아이폰의 무선 기능 향상을 위해 팀을 꾸려주기를 바랐다. 잡스는 특정 시점이 되자 이웃에 살던 10대 소년의 일화를 예로 들며 마헤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소년은 페라리를 간절히 원했지만, 자신의 폭스바겐 차량 사양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웃들은 엄청 시끄러워진 폭스바겐 배기음에 시달려야했다. 마헤는 “당시 잡스는 내가 어떤 일을 하든, 팜은 자신의 색깔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결국 ‘페라리’를 선택하고, 그 해부터 애플에서 새 출발을 했다.

마헤(43)는 현재 애플에서 중요한 새 보직을 맡고 있다. 지난 7월 CEO 팀 쿡은 마헤를 대중화 지역(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초대 부사장 겸 대표로 임명했다. 애플의 다른 판매 지역에는 대표 직이 없다. 애플은 지역 대신 직무에 따라 팀을 구성하는 ‘기능적’ 구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애플도 중국에선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애플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현재 중국 사업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분기 중국 지역 매출은 회사 총 매출의 18%에 불과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2015년 초 29%에 비해 크게 하락한 비율이다. 또한 6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애플은 신모델 아이폰 8과 아이폰 X로 상황을 반전시키길 바라고 있다.

애플의 중국 시장 회생은 표준 중국어(만다린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부사장 마헤에게 달려있다. 그녀의 새 직책은 커리어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헤에게는 ‘귀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딸이 돌아오길 바랐다. 마헤가 16세 때, 중국 선양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한 것도 아버지였다. 그녀는 “아버지는 서구 대학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 나중에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헤의 가족은 부친이 광산 컨설턴트 일자리를 잃었지만 캐나다에 그냥 눌러 앉았다. 중국에서 대학 교수를 지낸 아버지는 딸이 학업을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 피자 배달, 수위 같은 갖가지 임시직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헤는 밴쿠버 인근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여러 회사를 두루 거쳐 필립스 반도체와 팜에서 근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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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지위 : 상하이 중심에 위치한 애플 매장상징적 지위 : 상하이 중심에 위치한 애플 매장



마헤가 2008년 애플에 합류했을 당시만해도 25명에 불과했던 무선 기술팀은 요즘 1,200명으로 늘어나 있다. 그녀는 자체 팀을 구축한 것 외에도, 그동안 아이패드와 맥, 애플 워치 등 대표 제품들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애플 페이 같은 서비스 개발에도 도움을 주었다. 마헤는 이 모든 경험을 새 직무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기술 리서치업체 캐널리스 Canalys에서 애널리스트로 재직 중인 모 지아 Mo Jia는 “아이폰의 신형 제품들이 중국 고객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중국산 스마트폰의 기술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아는 이에 대해 화웨이 Huawei, 오포 Oppo, 비보 Vivo, 샤오 Xiaomi 같은 토종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저가에 판매해왔고, 애플 고객들도 어느 정도 유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 4개 라이벌업체에 밀려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통신사 및 소매점 공급 대수 기준) 5위에 머물렀다.

지아는 최고 사양의 아이폰 X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현재 시판 되는 모델 가운데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 탓에 다수의 사람들에겐 팔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으론 애플이 아이폰 8과 8 플러스가 주류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화웨이와 샤오미의 신규 모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8과 아이폰 X는 마헤가 이전 직급을 맡았을 때, 중국 고객들의 니즈에 맞게 개발되도록 도왔던 모델이다. 그녀는 새 기능을 대거 탑재한 신형 아이폰들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 자신했다. 예를 들면, 중국 소비자들은 새 iOS 11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메일 대신 전화번호를 애플 ID로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은 이메일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 아니다(중국은 기술적 측면에서 PC와 이메일 시대를 건너 뛰고 곧바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울러 새 운영 체제를 이용, 아이폰이 저절로 QR코드를 인식하도록 할 수 있다. 마헤는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시장과 달리, 중국에선 거의 모든 것에 QR코드가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을 재탈환하려는 애플의 의지는 강력하다. 회사는 (신규 사이버 보안 법에 따라) 중국에 데이터 센터 건설을 약속했고, 4곳의 신규 R&D 센터를 건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 추잉 Didi Chuxing에 대한 10억 달러 투자도 애플이 얼마나 중국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현지에서 고용한 1만 2,000명의 근로자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헤는 자신이 새롭게 맡은 주요 임무가 “사업 파트너 및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베이징의 규제 정책에도 잘 대처해야 한다. 지난 7월 말,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가상 사설망(VPN) 앱 몇 개를 삭제했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역주: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우회하는 툴을 단속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순응하기 위해서였다. 애플은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작년 12월 뉴욕 타임스 앱을 삭제하기도 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견지해온 사생활 보호 행보를 고려하면, 의외의 조치였다. 마헤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 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녀는 애플의 가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마헤가 새 역할을 “직업”이 아닌 “소명”으로 부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퇴임 후 중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항상 세워놓고 있었다. 마헤는 “때가 돼야 돌아와 국가에 기여할 수 일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정보다 빠르게 남편, 네 아이와 함께 상하이로 금의환향했다. 스티브 잡스가 ’페라리‘를 타라고 설득한 건 잘 한 일인 것 같다.




■ 애플 분석 : 중국시장 운영 현황

1만 2,000명 ▶
애플이 중국에서 고용한 근로자 수
5위 ▶ 애플의 최근 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공급대수 기준)
18% ▶ 지난 분기 애플의 총 매출 중 대중화(大中華)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2015년 29%에서 하락)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Claire Zillman

Claire Zil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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