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 유명 맛집도 울고 가는 미슐랭 별따기 전쟁

선정 땐 맛집 인증·매출 껑충

호텔·외식업 자존심 건 승부

연초부터 "암행 뜬다" 소문에

셰프 영입·메뉴 재구성 '후끈'



오는 2019년 ‘미슐랭(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 맛집을 돌면서 평가를 내리는 일명 ‘미슐랭 암행 심사관’들이 11월 미슐랭 스타 식당을 선정하기 위해 3~6월에 집중적으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1월부터 “암행이 뜬다”는 소문이 돌면서 올해 미슐랭 스타를 노리는 레스토랑들이 서둘러 ‘암행어사’ 맞이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호텔·외식업계는 미슐랭 태스크포스(TF)팀을 준비하는가 하면 유명 셰프를 영입하고 메뉴·서비스·시설을 재구성하는 등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면 국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식 맛집’으로 인증받을 수 있을뿐더러 이름값 덕분에 당장 매출이 두 배 이상 급등하는 효과도 얻는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미슐랭 3년차’에 접어들면서 호텔과 파인 레스토랑들의 맛을 건 자존심 싸움으로 커졌다”며 “윗분들의 기대와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미슐랭 가이드는 지난 1900년 미슐랭타이어 창업자인 앙드레·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운전자에게 필요한 식당과 숙소 정보를 담아 무료로 배포한 것이 시초다. 명단에 오른 식당에 별 한 개에서 세 개까지 별점을 주는 평가는 1926년부터 시작됐다. 미식가들은 세계 주요 도시 및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미슐랭 가이드를 한 번쯤은 참고한다. 어떤 식당이 포함됐는지, 얼마나 좋은 별점을 얻었는지 확인하고 가보고 싶은 곳을 체크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해외 주요 도시의 전유물이라 관심의 범위도 외국 여행객들로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한국인 요리사(셰프)가 별점을 받으며 우수한 실력을 뽐냈다. 한국인 가운데는 2013년판에서 임정식 셰프가 뉴욕서 운영 중인 ‘정식당’이 별 두 개를 받은 게 시초다. 이듬해인 2014년 판에서는 일본 도쿄에서 윤미월씨가 운영하는 한식당 ‘윤가’도 “자연과 조화된 한국 요리를 오감으로 맛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별 두 개를 획득했다. 한국계 셰프 코리 리는 샌프란시스코 ‘베누’를 통해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별 세 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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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먹방’ 열풍과 더불어 2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미식의 도시로 급부상한 서울이 미슐랭 가이드 리스트에 추가되면서 국내 미식가들의 관심도 뜨겁다. 합리적 가격에 좋은 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빕 구르망’에만 올라도 레스토랑이 재조명된다. 곰탕이 대표적이다. 옥동식(돼지곰탕)·마포옥(설렁탕)·하동관(곰탕) 등이 빕 구르망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명단에 오른 식당의 상당수는 한식당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슐랭 가이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장르에 점수를 더 주기 때문에 한식당이 선정되기에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를 신뢰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평가가 상대적으로 편한 고급음식점 위주인데다 한국 음식문화를 이해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별을 받았거나 빕 구르망에 들어간 식당의 절반 가까이는 이른바 서울 강남 3구에 있다. 추어탕(loach soup·미꾸라지탕)을 ‘autumn mudfish soup(가을 이어 탕)’으로 칭하는 등 우리 고유 음식의 이름을 오역한 사례가 34건이나 나오기도 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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