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권인숙(54)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1980년대 성고문 피해를 겪었고, 성폭력해결의 길을 모색해 온 국내 대표적인 여성학자다.
권 위원장은 2일 법무부의 위촉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책위의 사회적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과 입장을 중시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와 산하 기관의 성폭력 성희롱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처리 방안 마련하도록 하겠다. 동시에 성폭력·성희롱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변화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검찰을 제외한 교정본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등 법무부와 산하기관 구성원들이 겪은 각종 성범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동시에 조직문화를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을 맡게 된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의류학과에 다니던 1986년 경기 부천시의 의류공장에 위장 취업했다가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고문을 당했다.
권 위원장은 고문 형사 문귀동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혁명을 위해 성적 수치심을 이용한다’며 무혐의 처리하고 권 위원장만 구속기소 했다. 이후 재정신청을 통해 특별검사격인 공소유지담당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문귀동은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인이 된 조영래 변호사 등 166명의 변호인단이 당시 사건을 변호했으며,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사건 중 하나였다.
권 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럿거스대학교에서 여성학 석사, 클라크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를 각각 받았다. 미국 남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여성학 교수를 지냈으며, 2003년부터 명지대에서 여성학을 강의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014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폭력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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