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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숲속의 부부’ 황금희, “김성민 선배님 안에 뭔가 슬픔이 있었다...”

전신노출 영화 ? “참 아름다운 예술영화”

“좋은 배우가 탄생하기까지, 1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잖아요. 그만큼 정말 힘든 작업이니까요. 김성민 선배님은 정말 좋은 배우셨어요. 그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게 슬프지만... 작품으로 좋은 배우를 추억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숲속의 부부’(전규환 감독)에서 故 김성민과 호흡을 맞춘 배우 황금희가 고인을 추모했다. 2일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황금희는 “작품이 개봉하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개봉을 안 한다면 더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 황금희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황금희 /사진=조은정 기자


고(故) 김성민의 유작이 2년만에 드디어 빛을 본 것에 대해, 황 배우는 “성민 선배도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길 원하셨을 것 같다. 감추고 묻어두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숲속의 부부’는 세상 끝에 내몰려 스스로 붕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 속 살인마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혼란을 금기를 넘어선 적나라한 살인행각을 통해 그렸다. 황금희는 김성민의 아내로 열연했다.

‘숲 속의 부부’에서 김성민의 마지막 눈빛은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슬픔의 소용돌이가 스크린 밖으로 요동치는 기분일까.

처음으로 완성본 영화를 본 황금희는 “영화를 보면서 소름이 끼치더라.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선배님이 되게 쓸쓸하고 외로웠던 분이란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속내를 전했다.

김성민의 갑작스런 비보는 동료 배우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밝았던 분이라 더욱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진짜 이상했던 게 선배님이 너무 밝고 즐겁고, 유쾌하신 분이셨다. 영화를 찍고 2년 뒤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소식을 듣고 ‘그렇게 밝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란 생각에 믿기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람들을 웃기셨던 분이다.”


영화는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황금희 역시 김성민의 외로움과 고통이 영화 속에서 더 확실히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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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영화를 보니까 선배님 가슴이 많이 아프셨던 게 보인다. ‘굉장히 힘드셨구나’ 그런 게 보였다.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영화 속에서 자아가 분열되는 과정에서 ‘카프카’의 변신처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비상하기 위해 알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그런 고통을 겪으셨구나란 느낌을 받았다. 선배님이 안에 슬픈 뭔가가 있었던 듯 하다.”

그는 김성민씨의 유작에 대해서 여러 말이 오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처가 될만한 악성 댓글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컴맹이 되는 게 낫다. 상처 받기 싫어서 댓글은 되도록 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가까운 사람은 잘 알기 때문에 말을 안 한다. 성민 선배가 너무 행복하게 작업했던 영화이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 영화가 개봉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고교 시절 플룻을 전공하고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황금희(지성원)는 2000년 SBS 톱탤런트로 데뷔했다.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 영화 ‘순수의 시대’ ‘순이’ ‘애비’ 등에 출연했다.이번영화는 ‘전신노출’을 감행해야 해서 여배우에게 쉽지 않은 영화이지만, “참 아름다운 예술영화”에 도전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실제로 그의 영화 취향은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영화쪽에 가까웠다.

배우 조혜정, 황금희가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숲속의 부부(감독 전규환)’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배우 조혜정, 황금희가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숲속의 부부(감독 전규환)’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경상남도 진주 예고를 나왔는데, 고교시절 플롯을 전공하면서도 늘 예술영화만 봤다. 그때는 배우도 아니고 그저 음악하는 사람이었는데도 예술영화가 좋았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상업영화처럼 뻔한 영화를 재미있어 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 탓도 있는 것 같다. 전도연 선배님처럼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드는 분을 보면 재미있고, 나 역시 그런 배우를 지향한다.”

황금희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 전규환 감독과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황 배우에 따르면, “전규환 감독은 배우로서 욕구와 갈망을 끄집어내주는 최고의 감독”이었다.

“전규환 감독은 조재현, 차인표, 윤동환 선배님들이 계속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감독님이시다. 왜 그럴까. 배우라면 그런 갈망과 욕구가 있지 않나. 뻔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겉으론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 속엔 뜨거운 뭔가가 있는 배우분들이 많다. 자기 속에 있는 걸 끄집어 내주길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이다. 저 역시 그걸 보여줄 수 있는 게 감독이라 이번 작품을 하게 됐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볍지 않아 끌리고, 묵직하게 가슴을 치는 메시지가 쉽사리 떨쳐내기 어렵다. ‘숲 속의 부부’는 그렇게 관객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할 듯 하다. 황금희 배우는 “타인의 아픔을 공유하게 해주는 영화이다”고 정의 내렸다.

“우리 영화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이 결코 가볍거나 즐겁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영화가 닮아있다. 흔히 삶이란 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다. 저희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자기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타인의 아픔 역시 알았으면 한다. 또 타인의 아픔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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