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나이트 타임 이코노미’

0515A39   만파식적


몇 년 전 세계적인 호텔예약 사이트가 각국 여행객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화려하고 다양한 ‘밤놀이(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묻는 내용이었다. 뉴욕이 첫손가락에 꼽혔고 라스베이거스가 2위를 차지했다. 3~8위는 런던·파리·바르셀로나·베를린·암스테르담·마드리드 등 유럽 도시들. 아시아에서는 방콕이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나 도쿄와 서울은 명함조차 못 내밀었다.

멋진 스카이라인의 홍콩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여행자들이 원하는 밤놀이가 야경을 감상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뉴욕·런던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예술과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뮤지컬과 야간에도 문을 여는 미술관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밤8시 넘어서도 볼 수 있어 밤문화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지하철도 24시간 운행돼 막차 시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런던도 다르지 않다.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뮤지컬 공연 50여편이 매일 저녁 무대에 오른다. 미술관 야간개장도 흔하고 주말에는 지하철이 24시간 운행된다. 이렇게 즐길 여건을 만들어주니 관광객의 지갑이 열리는 건 당연지사. 런던 ‘밤의 경제(나이트타임 이코노미) 규모가 40조원에 달하고 72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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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도쿄에서도 뉴욕·런던처럼 여행객들이 도시의 밤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밤의 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는 소식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관광객 4,000만명에 8조엔의 수입을 달성하려면 낮관광만으로는 어림없고 밤에 여행객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벌써 관광청이 예술·문화시설 심야영업을 규제하는 법률·조례 개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1%선에 불과한 관광객의 오락 서비스 지출 비중을 미국·유럽 수준인 8~10%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이 바삐 움직이는 걸 보니 우리 관광 현실이 떠올라 조바심이 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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