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최근 모바일로 심리상담 서비스를 신청했다. 가정 형편이 갑자기 나빠진 상황에서 부모님마저 건강이 악화돼 우울증·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고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 모바일 상담을 택한 것이다. A씨는 “전문 상담사로부터 장문의 긴 상담 편지와 다른 이용자들의 응원 글을 받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근래들어 우울증 등 정신 관련 질환을 겪는 환자가 늘면서 관련 모바일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병원이나 클리닉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은 반면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립정신건강센터 및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정신 건강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잇따라 개발, 서비스에 나서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 ‘아토머스’는 정신과 의사인 양재진·양재웅씨 등이 고문으로 참여해 상담 서비스 ‘마인드카페’를 서비스하고 있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터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사를 통해 고객 대상으로 맞춤형 문자·영상통화·전화 등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향후 사용자들이 묻고 답하는 네이버 ‘지식iN’처럼 심리 상담을 공개적으로 받은 후 자신과 더 잘 맞는 상담사와 병원을 선택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한편 심리 관련 익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멘털 헬스케어 전문기업을 내세워 창업한 ‘스피링크’ 역시 전문가와 익명으로 채팅을 통해 손쉽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 ‘심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을 고려해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전문 상담심리사와 50분 동안 실시간 채팅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 심야상담소의 경우 전신인 모바일 앱 ‘소울링’에서 1,000건 이상 다운로드를, 마인드카페는 30만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했다.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는 “잠재적으로 심리적 케어를 받고 싶은 인구는 많은 데 비해 사회적 편견, 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상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면서 “오프라인 대면 상담보다 모바일 상담이 더 솔직하고 문제의 핵심에 빠르게 접근해 치료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는 공공기관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 건강 평가, 자가검진, 자기 치료 등을 위한 앱, 웹 서비스를 개발해 올해 중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하거나 일부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서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도 접근성을 높인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3년 59만명에서 2016년 64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지만 실제로 병원을 방문하는 비율은 15%에 그쳐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는 미국(39.2%), 오스트레일리아(34.9%), 뉴질랜드(38.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