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시행 전부터 김빠지는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주 우선배정권 공모펀드 한정

사모운용사 "명백한 차별" 반발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한다며 금융 당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 정책이 시행 전부터 운용업계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벤처펀드의 가장 큰 혜택인 공모주 우선 배정권의 대상을 공모펀드로만 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사모운용사 등이 반발하고 있고 정작 우선 배정권의 수혜대상자인 공모운용사도 운용에 어려움이 크다며 난감한 반응이어서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코스닥 벤처펀드의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기존 50%이던 벤처기업 신주의 비율을 15%로 낮추고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 정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가 공모주 우선 배정권을 공모펀드에만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한 전문사모운용사의 대표는 “공모운용사는 벤처펀드에 대한 트랙 레코드는커녕 벤처기업이 커버리지에도 속해 있지 않은데 사모펀드 없이 어떻게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최근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공모펀드에만 우선 배정권을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공모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전문사모운용사의 경우 펀드의 규모가 50억~100억원으로 크지 않아 벤처기업 신주의 비율을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더 많은 규모를 운용해야 하는 공모운용사는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 공모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세제혜택 상품이라고 가입자를 받았는데 도중에 운용규제를 지키지 못해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정되지 못할 경우 가입자가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설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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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운용상에 어려움이 많지만 전문사모운용사가 외면할 경우 결국 공모운용사에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모운용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상품 설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결국 금융위가 기대하는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공모운용사에 떠넘기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복수의 공모·전문사모운용사와 코스닥 벤처펀드를 주제로 미팅을 했으며, 우선 배정권 외에도 한국거래소가 벤처펀드 대상 여부에 관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우선 배정 대상 공모주를 코스피로 확대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이처럼 공·사모펀드 간에 차등을 두는 것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기획재정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소득공제 혜택이 고액자산가인 사모펀드 가입자에게 가는 것을 마뜩잖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금융위는 사모펀드의 참여 없이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활성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 현재 고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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