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대세는 위험자산"...IPO도 성장주 쏠림 심화

아시아종묘·SG 등 전통산업

수요예측서 공모가 하단 그쳐

성장산업군에 시장 기대감 고조

적자 IT기업에도 수요 몰려



2017년 코스닥 시장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신라젠도 한 때는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1만원에 못 미치던 주가가 최고 15만원까지 올랐지만 2016년 12월 기업공개(IPO) 당시에는 철저하게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신라젠의 공모가는 공모 희망밴드 하단인 1만5,000원에 결정됐다. 상장 당일에도 공모가 대비 1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당시 시장에선 신라젠으로 대표되는 변동성이 높은 성장주를 회피했다. 성장 산업인 바이오 업종은 그 무렵 한미약품 계약 해지 사태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고 투자자들은 적자 회사인 신라젠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최근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IPO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면 적자 기업일지라도 돈뭉치가 몰려들고 있지만 건설·농업 등 전통 산업군의 기업들은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아시아종묘(154030)는 지난 1일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4,500원으로 결정됐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4,200~5,200원이었으나 가격 하단 부근에 수요가 대부분 몰렸다. 최대 52억원 가량 자금을 유치하려 했지만 최종적으로 45억원 공모에 그쳤다. 아시아종묘는 국내 대표 종자기업으로 전문 농가, 농협, 대형 유통사에 종자 제품을 개발·납품한다.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상장하는 링크제니시스(스마트팩토리), 엔지켐생명과학(바이오)이 모두 공모가 밴드를 초과하는 높은 수요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아시아종묘 수요예측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성장세가 정체된 종자 시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자 업계에 따르면 대표 매출원인 채소 종자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2015년 2,132억원에서 2016년 약 2,000억원으로 5% 가량 줄었다.


아스콘·레미콘 기업 SG는 지난달 말 일반 청약 경쟁률이 0.44대 1을 기록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희망 공모가 하단(6,300원)보다 아래인 6,000원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SG 역시 부침이 심한 건설경기 업황에 대한 우려로 낮은 공모가에도 일반 청약이 미달된 것으로 평가된다. 2일 기준 SG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수준으로 코스피 평균(약 10배)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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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장 산업에는 최근 뭉칫돈이 들어온다. 현재 이익은 없어도 미래 가능성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적자 기업인 카페24는 온라인 쇼핑 성장세를 타고 일반 청약 경쟁률 731대 1을 기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대부분 수요예측에 참여하며 공모가 밴드보다 높은 가격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 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지수 섹터 중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업종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두 업종은 각각 올해 1월 8%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성장산업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최근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253450)(엔터테인먼트), 진에어(저가항공) 같은 대형급 상장사도 해당 산업의 높은 성장세에 공모 밴드 최상단에 가격이 결정됐고 청약 경쟁률도 각각 134대 1, 320대 1을 기록하는 열기를 보였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진에어는 각각 1일 기준 지난해 이익 대비 PER만 138배, 21배로 동종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시장이 위험자산에 유리하게 움직이면서 대표 위험 자산인 주식 시장이 높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IPO 시장 역시 바이오나 4차산업과 같은 변동성이 높은 산업군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고 전통적인 산업군 내 기업은 소외되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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