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비원 줄해고에...땜질처방 급급한 정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초단기 계약 등 편법도 성행

당국 고용안정 독려 나섰지만

사례 홍보마저도 '재탕삼탕'



서울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최근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2월9일자로 해고하겠다고 알렸다. 경비 근로자들이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안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각하하자 최후통첩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깊어지기 시작한 입주자와 경비원 사이 갈등의 발단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거리로 내몰린 경비 근로자는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옛 현대아파트 사태는 집단해고 사례라 좀 더 널리 알려졌을 뿐이다. “4명이 4개동을 담담하다가 3명이 4개동을 맡게 되면서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3개월 단위 근로 계약으로 갱신됐다”는 등의 얘기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경비원 해고가 잇따르고 해고 절차 간소화 등을 목적으로 한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까지 성행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고용안정을 독려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홍보를 위한 모범사례를 ‘재탕 삼탕’하는 일도 발생해 정부의 다급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는 ‘사후약방문’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성북구는 5일 서울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설명회를 열었다. 주최 측이 모범 케이스로 꼽은 동아에코빌 관리소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입주민과 경비 노동자 간 계약서에 ‘갑(甲)과 을(乙)’ 대신 ‘동(同)과 행(幸)’ 명시하고 있다”며 “난방시스템 개선,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 관리비를 절감해 경비 노동자 17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급여도 올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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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범 사례를 높게 평가하면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직접 나섰다. 김 장관은 “모든 아파트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아 동아에코빌 같은 사례가 확산되기 기대한다”고 말했고 박 시장은 “오늘 설명회의 사례를 보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작 현장에서는 이러한 모범 케이스보다 부작용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18만명 가운데 1만715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 초단기 계약으로 갱신 등 부작용이 더 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모범 사례를 찾아 홍보하려다 보니 한 달도 안 돼 기관별로 사례가 겹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모범 케이스로 발표된 동아에코빌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최저임금 우수 공동주택이라며 방문해 경비원에게 목도리를 선물했던 곳이다. 또 설명회에서 동아에코빌 외 발표된 사례들도 이미 뉴스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이나 중소기업주를 위해 마련했다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라고 하는데 이를 받기 위한 편법도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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