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백준(사진)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활비 지원을 직접 요구한 ‘주범’으로 보고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을 5일 구속기소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5월께 부하 직원을 보내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받게 하는 등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측에서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달 17일 구속 때까지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그러나 돈 전달에 관여한 국정원 예산관과 대질 조사 등을 거치면서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 자금을 보관하다가 청와대 수석실과 장관실 등에 ‘격려금’ 조로 내려줬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측의 요구로 특활비를 전용해 조성한 돈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언’을 했다는 진술을 검찰에 내놓았다.
검찰은 이 같은 핵심 측근 인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국정원이 상납한 특활비의 최종 ‘귀속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하고 5쪽 분량의 김 전 기획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각각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통령은 김백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비서실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확인도 없이 전직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주범이라고 규정한 것은 모욕을 주기 위한 전형적인 짜 맞추기 수사”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