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단독]'성추문' 감태준 차기 시인협회장 "무죄 판결 났는데…"

본지와 인터뷰서 억울함 호소

"협회장 물러나면 오욕 인정 꼴"

취임 의지 밝혀 잡음 계속될 듯

감태준 시인


문단에 불어닥친 ‘미투(me too)’ 운동 열풍 속에서 과거 성추행 전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감태준(71·사진) 차기 한국시인협회 회장은 7일 “여기서 내가 (회장직을) 그만두면 나를 믿어준 협회 평의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인 동시에 한국시인협회에 대한 오욕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시인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대법원에서 (성폭행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나를 향한 반대 여론은 마녀사냥일 뿐”이라며 이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미투 열풍으로 문단 내의 성추행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시인이 회장 취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당분간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인협회는 지난달 23일 원로 9명으로 구성된 평의원 회의에서 감 시인을 새 회장으로 뽑았다. 감 시인은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1996년부터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10여년 간 교편을 잡았으나 2007년 제자 성추행 사건 등으로 고발당해 이듬해 해임됐다. 선출된 회장은 3월 총회에서 이ㆍ취임식을 거쳐 공식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올해 총회는 3월 31일 열릴 예정이다.


당시 불거진 성추문 중에는 성폭행 의혹 사건도 있어 피해자 고소로 형사 기소됐는데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 번복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났다. 이에 시인은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여러 증거가 있어 사실로 봐야 하고 학교 명예를 훼손한 것이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학교에만 고발하고 형사 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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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준은 “당시 나의 복직을 반대한 교수 L씨가 있는데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반대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당시 박범훈 총장이 ‘L씨가 반대한 사실이 있다’는 증거를 서류로 제출하면서 결과적으로 L씨가 위증으로 벌금형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도 받은 만큼 가만히 있으면 복직이 되는 것이었는데 행정소송을 하는 바람에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매스컴에서 얘기하는 ‘전력’은 성폭행 전력이 아니라 죄를 억울하게 덮어쓴 전력”이라며 “설 연휴가 끝나면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시인은 “젊은 시인들이 나의 회장 취임을 반대한다는 얘기가 쏟아지는데 도대체 익명의 그들은 누구인가”라며 “내가 아는 많은 젊은 시인들은 ‘끝까지 대항하시라’고 응원한다”고도 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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