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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이슈]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 “동성애 편견 억울” VS 피해자A “치졸한 변명일 뿐”

여성감독 동성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성폭행 사건 가해자는 지난 2015년 4월, 지인들과 술자리가 끝난 뒤 만취한 A씨를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가 잠든 A씨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여성 감독 A씨의 준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여성 간의 성폭력에 유죄가 선고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 피해자 A 감독의 남자 친구가 발 벗고 나서



A 씨의 남자친구는 커뮤니티를 통해 “독립영화감독인 제 약혼자는 지난 2015년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는 같은 영화학교 동기였던 OOO입니다. 가해자 역시 여성입니다. 이 때문에 처음 신고에 이르는 과정도 험난했다. ”고 전했다.

남자친구에 따르면, “여성 간의 성폭력에 유죄가 선고된 거의 최초의 사례이다”고 했다. 그는 “여성 간의 성폭력이 매우 드문 케이스여서 만류한 변호사도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는 ‘준유사강간’ 죄명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강간한 것인데, 가해자가 여성이라 직접적인 성기의 삽입이 아니어서 유사강간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A씨는 지난해 열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 등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여성감독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이현주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됐으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의 수상도 취소됐다.

◆ 스스로 이름 공개한 가해자, ‘연애담’ 이현주 감독



이후 6일 오후 동성 감독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이현주 감독이 본인의 이름을 스스로 공개하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먼저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공개할 용기가 없었음을 밝히며,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부모님께서 받으실 충격, 영화시장에서 저를 바라볼 곱지 않은 시선,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 등을 생각하면 당당히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었다. 다만 저의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영화에 담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난 피해자는 내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일 정도로 나와 친분이 깊었고, 많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관계) 이후에도 특별히 서로 간에 불편한 상황은 없었기에 피해자가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혹시나 불쾌해하거나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이현주 감독, 대법원 유죄 받았지만...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 때문에




또한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편견으로 인해 재판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는 재판장에서 들었던 치욕스런 질문들을 언급하며, “지난 3년간, 당시 상황에 대해 거짓 없이 솔직하게 진술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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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 최대한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설명하려는 저에게 판사님은 ‘법원은 진실을 찾는 곳이 아니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그 말처럼 결국 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도 피력했다. 그는 “고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심리상담치료를 받고 있고, 왜 이러한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하루하루 반성하고 있었습니다”고 털어놓은 것.

◆ 피해자 A 정면반박 “가해자의 길고 치졸한 변명 앞에서...나에 대한 사죄는 없었다

그 가운데, 피해자 A씨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며 이현주 감독의 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먼저 문제가 된 성관계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은 만취한 상태였고, 동의하에 관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A는 이 감독이 관계 후 한 달 후 후 갑자기 신고를 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표현했다. A는 “사건 이후 신고하기 까지 약 한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더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사과는 커녕 내 잘못이라고 탓하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1심 판결문 내용 일부를 직접 공개하면서 이현주 감독의 앞선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피해자 A는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 영진위 진상 조사팀 꾸렸다...피해자, 더 이상의 화살이 학교와 배급사로 가지 않기

또한 피해자 A 감독은 “나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고 관계자분들은 이 사태에 대해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엄중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다룰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한 가해자의 영화를 배급했던 배급사로 부터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 더 이상의 화살이 학교와 배급사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빠른 조치와 대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 밝혔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은 7일 “영진위 차원에서 진상 조사팀을 꾸렸다. 내부 위원과 외부 위원을 포함한 진상 조사팀이 1~2주 내에 조사를 끝내고 진상을 밝혀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KAFA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영화 전문 교육 기관이다. ‘동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 A감독 모두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피해자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현주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학교가 소속돼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진상 조사를 위해 나선 것.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후속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규정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고,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울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 A 감독.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입장 대립각을 세울지 지켜 볼 일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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