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파견사원을 사용할 때 인건비를 파견한 중소남품업체와 대형유통업체가 반반씩 부담하는 정책이 오히려 대기업 계열의 납품업체 이익만 더 불릴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대기업 납품업체들이 대형마트에서 더 공격적인 판매촉진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대형마트-납품업체간 인건비 분담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등에서 파견사원을 사용할 때 중소납품업체와 대형마트가 인건비를 50 대 50으로 분담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할 때 발생하는 영향을 ‘수직산업 모형’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대형마트에 파견된 납품업체 종업원의 판촉활동으로 늘어난 이익이 대형마트와 납품업체가 나눠 갖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종업원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가 영업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파견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허용한다.
한경연은 정책 시행 후 납품업체가 판촉활동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대형마트가 인건비 부담을 수락할지 결정한 후 최종적으로 납품업체가 ‘최후통첩권한’을 갖는 상황을 가정했다.
분석결과 인건비를 공동으로 분담하게 되면 납품업체의 부담이 줄어들며 이익이 늘어 판촉활동을 늘리려는 유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판촉활동을 더 늘릴지 결정하는 ‘분담비 분기점’은 업체의 상황별로 달라진다. 생산비용이 낮은 업체는 판촉활동 효과가 클수록 더 공격적으로 판촉활동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생산비용이 높으면 인건비 부담이 줄어도 상대적으로 더 판촉활동을 하기 힘들다. 또 판촉활동을 하는 기업의 역량에 따라서도 납품업체들이 가져가는 이익의 크기가 달랐다.
한경연은 결국 정부의 정책이 대기업 계열의 납품업체가 중소업체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생산비용이 낮고 판촉활동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납품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과 기업, 거래형태별로 정책 편익을 분석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기환 부연구위원은 “형평성 제고를 위한 대형마트-납품업체 간 판촉인건비 분담 정책이 오히려 납품업체 간 형평성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책 도입 이전에 충분한 편익 분석이 우선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