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최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동양네트웍스(030790)가 7일 김대웅 엔케이퓨얼 이사를 새 대표로 선임하고 새 출발한다.
김대웅(사진) 신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동양네트웍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지난 반 년 간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주주는 물론 회사 직원들까지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하루 빨리 상처를 보듬고 동양네트웍스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동양네트웍스를 3년 간 이끌어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10월 자리를 내놨지만 차기 대표이사가 정해지질 않아 대표직을 유지해왔던 김형겸 현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사임했다.
김 대표는 “반년 간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양측 모두 27년의 역사를 지닌 동양네트웍스의 성장동력이 더이상 훼손되어선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며 “사내 이사진도 바뀌었고, 오늘부로 동양네트웍스의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네트웍스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블록체인·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회사 체질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동양네트웍스는 SI분야에서 맨파워도 좋고 기술력도 뛰어난 회사”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의 한 대기업과 암호화 화폐를 활용한 사업을 논의 중에 있으며 구체화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사업으로 항암 관련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SI 기업에서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을 종합적으로 영위하는 회사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고, 여전히 불안해할 직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노조와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회사 비전을 공유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금융SI와 IT아웃소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동양네트웍스는 2013년 동양사태로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경영권 분쟁에 시달려왔다. 2013년 10월 돌입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5개월 만에 졸업했지만 이후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대주주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됐다.
전 최대주주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현 최대주주인 메타헬스케어 간에 벌어진 지분 경쟁이 가장 대표적이다. 메타헬스케어는 지난해 6월 192억원 규모의 동양네트웍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21.20%)에 오른 뒤 옐로모바일 등을 상대로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사실상 동양네트웍스의 최대주주가 이 전 부회장에서 메타헬스케어를 거쳐 옐로모바일로 바뀌는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형식만 사모일 뿐 공모에 가깝다며 제동을 걸면서 유상증자는 무산됐고, 주가급락으로 수십 억원의 손실을 입은 이 전 부회장과 메타헬스케어 간에 갈등이 시작됐다. 메타헬스는 8월과 11월 두 차례의 주총에서 이사진 교체를 추진했지만 이 전 부회장 측 반대로 실패했다. 양측은 이날 주총에서 김 대표를 포함한 이사 8명을 신규로 선임하며 그동안의 갈등을 끝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동양네트웍스는 기존 이사의 수를 최대 7명에서 14명으로 늘리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서민우·박호현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