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예술의 힘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 있다. 문화향유 욕구다. 누구나 먹고살 만해지면 문화예술 소비를 늘리게 된다. 하지만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6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 불편한 이유로 비용(43.5%)·시간(27.0%)·정보(9.8%)·교통(7.8%) 등을 꼽았다. 보통의 뮤지컬·클래식 공연의 경우 4인 가족이 즐기려면 수십만원의 비용이 든다. 정보 문턱도 높다. 클래식 공연이나 미술관이 특히 그렇다.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선뜻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지 못한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 앞서 우리가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쌓고 있는 마음의 벽을 사라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문화예술을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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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하철과 역사에서 상업광고를 없애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문화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해 9월 개통된 서울시 최초의 무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그 자체로 미술관이자, 도서관, 공연장이다. 단순히 이동을 위해 경전철에 오른 이들도 ‘달리는 미술관’ ‘달리는 도서관’에서 일상 속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 올봄을 장식해줄 세 번째 프로젝트는 북한산의 빼어난 경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달리는 북한산’이다. 북한산에 올라야만 즐길 수 있는 절경으로 열차 내부를 꾸미고 북한산에 서식하는 동식물 16종의 이야기도 담았다. 열차에 오르면 산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일상의 예술이 예술의 일상화를 만든다고 한다. 공연장과 미술관에 발길이 닿기까지 숱한 장벽이 남아 있는 것은, 문화예술을 낯설게 느끼는 시민이 여전히 많은 것은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부족한 탓이다.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부터, 매일 걷는 거리부터 문화예술을 입었으면 한다.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순간이 문화예술로 채워졌으면 한다. 문화철도는 그 시작이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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