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흔들리는 '인도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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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에 아버지를 따라 27년간의 기나긴 세계여행에 나선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중국·인도 등을 돌아보며 보고 들은 것을 루스티켈로에게 구술로 남겼다. 우리에게는 ‘동방견문록’으로 잘 알려진 ‘세계의 기술(Divisament dou Monde)’이다. 그는 특히 여행 중 스리랑카 아래에 있는 조그마한 섬들의 아름다움에 큰 감명을 받고 ‘인도양의 꽃’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지도상에서 제대로 나타나지도 않는 섬나라 몰디브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다.


길이 820㎞, 폭 120㎞에 흩어진 1,196개의 섬들로 이뤄진 몰디브가 유명해진 것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몰디브는 ‘화관(花冠)’이라는 의미다. 푸른 하늘과 맑고 깨끗한 바다, 그리고 산호초군락이 이뤄내는 장관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슬람 여행가인 이븐바투타는 몰디브의 아름다움을 ‘세상의 경이로움’이라고 예찬했다. 우리에게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대사로 너무 친숙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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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휴양지인 몰디브지만 역사는 그리 평온하지 못했다. 16세기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됐다가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몰디브는 1965년에야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민주화의 길도 험난했다. 1978년 마우문 압둘 가윰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30년이 넘는 독재를 겪다가 2008년에 이르러서야 민주적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짧은 몰디브의 민주화 역사도 위기를 맞고 있다. 발단은 이달 초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구금된 야당 인사에 대한 대법원의 석방 명령을 거부하면서부터다. 이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급기야 정부가 정정불안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야당 인사를 체포하면서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2013년 선거에서 패해 야민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고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 인도에 군사적 개입을 요청하자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이 나라 관광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나저나 환상의 섬에서 모히토를 마시며 아름다운 여행을 계획했던 신혼부부들의 안전도 우려된다니 걱정이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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