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의 베스트셀러, 스크린 달군다

‘2월 극장가는 일본 베스트셀러의 잔치 무대?’

지난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국내 극장가에서 대부분 재미를 못 봤다. ‘남한산성’과 ‘오리엔트 특급살인’, ‘녹터널 애니멀스’ 등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흥행 측면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나마 250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선전했으나 이 작품도 흔히 말하는 ‘대박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특히 이달에는 소설·만화 등 일본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작품만 세 편이 연이어 개봉될 예정이어서 출판계와 극장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역시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14일 개봉).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대선후보 암살의 유력한 용의자 몰린 소시민의 도주극을 그린 이 작품은 일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자는 한국에도 무수한 팬을 보유한 이사카 고타로이며 일본 현지에서도 지난 2010년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국내판 영화에는 강동원 외에도 한효주·김성균 등이 출연하며 연출은 ‘마이 제너레이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찍은 노동석 감독이 맡았다. 호쾌하고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 거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탑재한 원작의 미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재해석에 성공했는지 여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무게감만 높고 볼 때 제일 돋보이는 것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8일 개봉)이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다. 경찰의 눈을 피해 잡화점에 숨어든 3인조 좀도둑이 과거로부터 날아온 편지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원작의 큰 줄기를 그대로 따라간다. 야마다 료스케, 무라카미 니지로, 칸 이치로 등이 좀도둑 3인방을 연기한다. 판타지 색채가 녹아 있는 감성 추리극인 원작은 전세계 누적 판매부수만 1,000만부에 달하는 특급 베스트셀러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하며 판매량 89만부를 돌파했다. 출판계를 강타하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로 입지를 굳힌 히가시노 게이고의 영향력이 극장가에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28일 개봉)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다. ‘아가씨’와 ‘1987’ 등 단 두 편의 영화로 일약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김태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연애와 취업 등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주인공이 고단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사계절을 거치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힐링 드라마’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과시한 류준열과 믿고 보는 배우 문소리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년)으로 흥행 맛을 본 임순례 감독이 ‘제보자’(2014년) 이후 4년 만에 만든 상업영화라는 점도 기대를 더하는 요소다. 영화는 작품 속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해 실제로 사계절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본인의 경험을 살려 그린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도 2015년 영화화됐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일본 원작에 기반을 둔 작품 세 편이 2월 극장가에서 맞붙게 됐다”며 “베스트셀러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들이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뚜렷한 흥행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