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수요에 의해 가격이 유지된다는 ‘베블런 효과’가 변동성이 확대된 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 상승이 증시의 발목을 잡은 가운데도 50만원이 넘는 ‘황제주’들이 일반 종목들보다 선방하고 있다. 대표적 황제주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예고된 대로 액면분할을 할 경우 비싼 가격이 수요를 지탱하는 베블런 효과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 주당 50만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 황제주 11개 종목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급락장에서 평균 주가 하락률 3.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4% 떨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 황제주들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주장한 것처럼 가격이 비싼 명품에 대한 수요는 경제 불황과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베블런 효과’가 증시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50만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 황제주들은 1일 종가 기준 11개로 삼성전자·롯데칠성(005300)·태광산업(003240)·LG생활건강(051900)·영풍(000670)·NAVER(035420)·오뚜기(007310)·남양유업(003920)·롯데푸드(002270)·한미약품(128940)·고려아연(010130)이 해당된다.
황제주 중 이번 급락장에서 주목할 만한 주가관리 능력을 보인 것은 롯데칠성이다. 1일 종가 기준 한 주당 가격이 158만원으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비싼 종목(우선주 제외)인 롯데칠성은 2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급락장에서 주가가 0.82%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830주, 735주를 사들이면서 집중 매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황제주의 경우 주가가 소폭 떨어져도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한 큰손들이 매수 기회로 보고 하락장에서도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외에 남양유업(-0.5%), 태광산업(-1.08%), 한미약품(-2.6%)도 하락장에서 큰 변동 없이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탄한 지배구조에 유통물량이 적은 점도 시장 급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태광산업의 경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일가친척들이 계열사 등을 통해 4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문제로 민감한 대주주들이 쉽게 주식을 팔 수 없는 구조고 애초 시장에 풀린 물량 자체도 많지 않다. 실제 태광산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2일과 5일 거래량이 각각 729주, 703주에 그쳤다. 이는 올해 평균 거래량보다 오히려 적은 것이다.
베블런 효과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31일 결정한 액면분할이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주가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주주들이 늘어날 것으로 장담할 수 없고 주주들이 늘어난다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지금과 같은 급락장에서 수급에 의한 충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