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4개월 진통 끝 대연정 타결...메르켈 4기 내각 초읽기

기민, 사민당 요구 대거 수용

재무에 숄츠, 외무에 슐츠 내정

기간제 상한도 18개월로 축소

'유로존 개혁' 佛과 발 맞출 듯

사민당 당원투표가 남은 복병



독일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가 대연정 본협상을 타결해 ‘메르켈 4기 내각’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에 재무·외무장관직을 배정하고 진보정책을 대거 수용하는 통 큰 양보로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 4개월간 이어졌던 독일 연정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데다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사민당이 주요 장관직을 가져가면서 독일 행정부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행정부와 함께 EU·유로존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기민·기사당 연합, 사민당 지도부가 7일(현지시간) 대연정 본협상을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양당은 전날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했지만 건강보험·비정규직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날을 넘기며 논의를 이어갔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총리 비서실장은 “연정 협상은 많은 시민에게 긍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당이 막판 쟁점사항에 대해 사민당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것이 대연정 협상 타결의 동력이 됐다. 사민당은 법적 정당성이 없는 기간제 계약의 금지와 공적·사적 건강보험 격차 해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기민당은 사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적인 이유가 없는 기간제 계약의 상한을 현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고 계약의 연장 반복도 금지하기로 했다. 기민당은 공사 건보 체계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사민당에서는 슐츠 대표가 외무장관을, 당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올라프 슐츠 함부르크 시장이 재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무장관직은 기민당이 8년간 양보한 적이 없는 자리로 사민당이 연정 협상에서 가장 큰 실리를 챙긴 부분으로 꼽힌다.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는 내무장관에 내정됐으며 기민당은 경제·국방장관직을 배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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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이 재무·외무장관직을 가져가면서 새롭게 출범할 독일 정부는 마크롱 프랑스 정부와 EU·유로존 개혁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기를 겪는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예산 마련 △유로존 재무장관직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통 큰 양보’에는 독일·EU의 정치 안정을 위해 내각 출범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민당은 본협상안을 놓고 다음주부터 약 3주간 전 당원 투표를 시행한다. 만약 투표 결과 반대표가 많을 경우 기민·기사당은 소수정부를 출범시키거나 재총선을 결정해야 한다. 소수정부는 독일 사상 없었던 일일뿐더러 최근 난민 반대여론 등 극우정서가 강해지고 있어 재총선 결과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의석을 늘리면 내각 출범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다만 사민당 당원들 사이에서 “진보 색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연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당원투표에서 연정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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