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연한 조정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준공 30년을 맞는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준공 30년에서 40년 이후로 늘릴 것으로 예측됐지만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힌데다 나중에라도 규제가 강화될 것을 대비해 서둘러 안전진단 등 재건축 절차를 빠르게 밟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이면 준공 30년을 맞아 재건축이 가능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다음달 중 용적률 250%를 적용한 재건축 설계안을 단지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용적률 300%를 적용한 가설계안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어느 게 좋은지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설명회를 여는 것이다. 이후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동의서를 받는 작업에 착수해 5월 중 안전진단을 송파구에 신청할 계획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주민 10%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 관할 구청에 신청해 진행한다. D등급(조건부 재건축)이나 E등급(재건축)을 받으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연이어 규제 정책을 발표하자 원래 재건축을 원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대거 찬성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며 “또 장관이 40년 연장 검토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한 만큼 단지 주민 의견을 잘 수렴해 재건축 사업을 절차에 따라 묵묵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송파구 단지들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986년에 준공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밀안전진단을 받는다. 지난달 19일 예비안전진단을 송파구청에 신청했는데 약 보름 만에 통과한 것이다. 구조안전성, 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를 평가한 결과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아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987년 12월 준공된 풍납동 극동 아파트는 10일까지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올해로 재건축이 모두 가능하게 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주민들도 재건축 진행에 적극적이다. 4단지의 경우 최근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묻기 위해 재건축 찬반 설문조사와 안전진단 신청 동의서를 각 세대 우편함에 배부했다. 또 11단지를 비롯한 몇몇 단지들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주민 모임을 만들고 있다. 1~3단지는 안전진단 추진과 함께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요구하는 활동도 적극 벌일 예정이다. 종 상향이 이뤄져야 재건축을 할 때 더 높은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동 11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은 “11단지의 경우 주차난으로 인해 화재 위험성에 노출돼 있고 지진에도 안전하지 않다”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빨리 안전진단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1987년 12월에 지어진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 2차와 일원동 개포우성 7차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르면 3~4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늘리는 것은 어려워할 수도 있어도 안전진단 등 다른 규제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을 미루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