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다. 보안업체 ADT캡스와 스타일난다 등 대형 옥션 딜뿐 아니라 어느 때보다 많은 프라이빗 딜(private deal)이 진행 중이다. 이는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M&A 시장은 몇 년째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M&A의 성공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M&A 사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M&A 성공 가능성은 32% 정도다. 글로벌 조사 결과도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M&A 3건 중 2건은 실패하는 셈이다. 실제 과거를 돌이켜봐도 실패한 M&A가 훨씬 쉽게 떠오른다. STX 사례처럼 무리한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토리도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의 달콤한 유혹은 거절하기 어렵다. 불과 1년 만에 7배의 차익을 남긴 카버코리아의 사례나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성공한 M&A의 전형적인 결실을 보여준다.
최근 상황은 저금리로 인한 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으로 좋은 매물을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화장품을 포함한 소비재 부문은 더욱 그렇다. EY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M&A 시장에서 매각자와 인수자 측의 가격 기대치 차이가 10% 이상인 기업이 76%에 달했다. 60%에 달하는 기업은 향후 가격 기대치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인수기업 입장에서 살펴보자. M&A에 본격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M&A 담당자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단기간 내에 인수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저 그런’ 매물만 보일 뿐이다. 이를 성급히 인수하는 것은 M&A의 실패뿐 아니라 기업 자체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 EY 조사 결과 흥미로운 것은 꾸준히 M&A 준비를 해온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M&A 준비는 선제적으로 M&A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구축하고 인수 대상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기업이 필요한지를 먼저 고민하고 시장에 어떤 매물이 나왔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자신에게 필요한 기업이라면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인수 제안을 던질 수도 있다. 그저 시장에 나온 매물을 급하게 인수했다가는 기대한 시너지도 거두지 못하고 기업 가치도 올리지 못하는 실패한 M&A가 될 뿐이다.
M&A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기업에는 양질의 인수 기회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준비된 기업에는 양질의 인수 기회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성공적인 M&A를 위해 수많은 성공 공식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달아올랐을 때는 준비된 기업만이 성공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