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약 섞어 약발 쑥…달아오른 복합제 시장

복용횟수 줄이고 효능좋아 인기

제약업계 새 먹거리로 자리매김

한미 '아모잘탄' 年 매출 600억

LG화학·유한양행·JW중외제약 등

블록버스터 복합제 개발 구슬땀

0915A18 국산 주요 복합제의 원외처방 실적 추이




#. 당뇨와 고혈압·고지혈증을 모두 앓고 있는 이모(57)씨는 매일 아침마다 먹어야 하는 십수 알의 알약만 생각하면 진저리가 난다. 이씨는 “어떤 약은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커서 솔직히 먹기가 싫다”며 “종류별로 꼬박꼬박 챙겨 먹기 귀찮아 거르다가 가족과 다툰 적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우며 더 악화하지 않도록 평생 관리해야 한다. 제때 약을 복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문제는 대다수 환자들이 약 챙겨 먹기를 불편해하고 귀찮아한다는 점이다. 약의 여러 성분을 결합해 원래라면 2~3개를 먹어야 할 것을 한 번만 복용해도 되게 해주는 ‘복합제’는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낼 해법으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8일 관련 업계와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외처방 실적이 높거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국산 의약품 대다수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해주는 복합제였다.


출시 4년여 만에 연간 처방액 400억원을 돌파한 LG화학의 ‘제미메트’는 토종 기술로 개발한 당뇨 신약 1호 ‘제미글로’에 또 다른 혈당조절 성분인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복합제다. 제미메트는 단일 성분 약품에 비해 강력한 혈당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크기는 15% 더 작아진 제형으로 출시돼 관심을 끌었다. LG화학이 지난해 ‘제미글로 패밀리’를 통해 거둔 매출은 700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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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을 치료하는 두 가지 성분(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을 결합한 복합제들의 경우 지난해 대부분 제품이 고른 매출 성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미약품의 ‘로수젯’의 지난해 처방액은 3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가 증가했다. 유한양행과 CJ헬스케어도 각각 ‘로수바미브’와 ‘로바젯’을 통해 211억원, 114억원을 벌어들였다.

복합제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복합제 개발 경쟁은 크게 2~3가지 성분을 결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향과 한번 복용하는 것으로 유사·인접 질환까지 동시에 치료하는 약물 개발로 구분할 수 있으며 양쪽 모두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일례로 항고혈압 성분 두 가지를 결합한 혈압약 ‘아모잘탄’을 연매출 600억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키워낸 한미약품은 지난해 가을 항고혈압 성분 3제를 섞은 ‘아모잘탄플러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아모잘탄큐’를 각각 출시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전립선비대증과 발기부전 치료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구탐스’ 복합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복합제 개발은 힘들게 개발한 신약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국내 제약업계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이 아모잘탄·아모잘탄플러스·아모잘탄큐라는 ‘아모잘탄 패밀리’를 선보인 것처럼 보령제약은 고혈압제 ‘카나브’를 중심으로 듀카브(고혈압 2제 복합)· 라코르(고혈압+이뇨제)·투베로(고혈압+고지혈증) 등 복합제를 연이어 선보이며 ‘카나브 패밀리’를 구성했다. LG화학도 제미글로·제미메트에 이어 지난해 연말 당뇨·고지혈증 복합제인 ‘제미로우’를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롭고 뛰어난 효능의 복합제를 출시함으로써 기존 제품들의 인지도나 매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라며 “완전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성분들의 최적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개량 신약’ 개발이 훨씬 쉽다는 생각도 있어 제약업계의 복합제 개발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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