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열병식에 ICBM급 미사일 동원.. '핵무력 과시'

국제사회 의식해 구성과 시간 줄여

金 "우리 자주권 0.001㎜도 침해 못해"

美겨냥 위협 자제…대화 겨냥한 듯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북한이 끝내 열병식을 강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화성-15형 등을 내세우며 핵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신형 전략무기 공개는 없었다. 행사 규모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림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립무원 탈피와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방남 목적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 여론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열병식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오전11시30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며 “다만 내용과 구성은 다소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한 열병식 소요 시간도 1시간40분 미만으로 전년의 2시간50분보다 1시간 이상 줄었다.


예년과 달리 열병식을 생중계나 시차 중계를 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5시30분께(서울시간) 녹화된 장면을 전체가 아닌 편집 송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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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무기들을 내세웠지만 대대적인 외신 동원 선전전은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을 의식한 ‘내부 행사’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강추위 속에 열병식을 치르는 탓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하에서 인민군대는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신년사에서 방어 차원에서 강조했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라는 문구는 다시 사용했지만 ‘미국 본토 핵 사정권’ ‘핵 버튼’ 등의 미국을 겨냥한 노골적인 위협은 자제했다. 핵을 과시하면서도 미국과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권홍우·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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