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家 비운의 황태자 정몽혁 '눈부신 홀로서기 2년'

32세때 대표 맡은 현대정유 잃고

현대重서 현대상사 분리 독립

중후장대 벗고 '제2창업' 선언

인도 철강공장 증설 등 신사업확대

식량·패션·뷰티사업도 속속 성과





정몽혁(사진)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백반집에서 아들뻘 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식탁이 좁아 어깨가 서로 맞닿을 정도였지만 앉은 다리를 오므리며 직원들의 안부를 물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웬만한 직원 신상은 꿰고 있을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이다.


그의 배경만 보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인 그는 사촌 형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자랐다. 서울 경복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졸업 후 32세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가 되며 승승장구했다.

그를 바꿔놓은 것은 상처였다. 두살 때 아버지 정신영(동아일보 기자)씨를 여의고 외환위기로 현대정유를 잃었다. 현대정유는 어머니 친정 기업인 극동정유가 모태인 기업. 현대정유를 떠날 때 그는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다 지난 2009년 재기를 꾀한 게 현대종합상사다. 그의 전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현대종합상사를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분리한 후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을 설립, 완전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는 “매 순간이 험난했고 늘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들에 둘러싸여 있었다”면서도 “1등보다는 100년 기업을 위해 변화와 혁신의 바퀴를 달고 열정과 도전의 페달을 밟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1976년 창립 후 현대그룹의 수출 최전선에 서다 워크아웃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현대종합상사가 재도약하고 있다. 2016년 정 회장의 ‘제2 창업’ 선언 후 실적 및 포트폴리오 개선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혁신 의지, 임직원 아이디어 등이 시너지를 내면서 역동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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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사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4,450억원, 440억원에 달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매출·영업이익(4조4,000억원, 340억원) 역시 2016년 실적(3조 5,600억원, 304억원)보다 증가했다. 세계경기 호황과 원자재 값 상승의 영향이 크지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 향상, 신사업 등이 전망을 밝게 한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의 주문으로 현대종합상사는 거의 모든 사업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종전 사업을 조금씩 변형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 대표적으로 인도 철강 가공 공장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연간 10만톤 규모이던 공장은 연말께 25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조달만 하던 자동차부품의 경우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 자동차부품 합작회사를 설립해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미국과 싱가포르에는 현지법인을 세워 각각 변압기 설치 사업, 선박엔진 부품사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지주회사 격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227840)에서는 신사업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정 회장은 ‘중후장대’라는 현대의 색깔을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 있는 아이템을 주문했고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난해는 신사업경진대회를 열어 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정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식량, 패션·뷰티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캄보디아 농장을 매입해 망고를 생산·수출하고 있으며 제2 농장 매입도 계획 중이다. 이와 연계해 캄보디아 최초의 검역 농산물유통센터를 설립했다. 망고를 비롯한 다양한 농작물을 올 9월부터 전 세계에 수출하게 된다. 패션·뷰티의 경우 조성아뷰티·제이에스티나 등과의 협업을 진행 중이고 패션·뷰티 행사와 공연을 연계한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기획 중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독립 2년 차를 맞아 기존 무역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자는 임직원의 열망이 강하다”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소탈한 정 회장이 회사의 역동적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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